이직 위해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삼성전자 연구원 등 재판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직을 위해 국내 반도체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연구원 등 총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성범)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최근 삼성전자 연구원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경쟁업체인 인텔 이직을 준비하면서 재택근무 상황을 이용해 자택에서 반도체 기술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연결(Link)한 뒤, 이를 촬영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유출한 기술은 SPICE 모델링 자료를 비롯한 반도체 파운드리 관련 핵심기술 등 총 33개 파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SPICE 모델은 전자회로의 아날로그 동작을 시뮬레이션 하는 소프트웨어다. 반도체 제조설비를 보유하지 않은 업체로부터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 업체는 여기에 업체가 제조하는 각종 소자의 고유 특성을 반영해 고객사 희망 제품에 맞춰 추가 개발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의 공정 특성, 기술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 4월 삼성전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6~10월 사이 A씨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진행한 뒤 25일 A씨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첨단기술 국외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도 연구원과 엔지니어, 회사법인 포함 9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이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했다.

초순수는 물속 이온, 유기물 등 각종 불순물을 0.1ppt(10조분의 1)~1ppb(10억분의 1) 단위 이하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이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각종 세정작업에 쓰이는데, 물에 불순물이 있으면 불량이 생기기 때문에 초순수의 안정적 공급이 반도체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검찰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관련 기술자료를 취득해 중국업체로 이직해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엔지니어 B씨와 C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다.

중국업체의 초순수 발주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자료를 빼낸 혐의 등(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국내 한 중소기업체 임원 D씨를 구속 기소하고, 회사 법인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가담한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2명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또 삼성엔지니어링을 퇴사하면서 취득한 자료를 무단 취득한 혐의 등으로 중소기업체 임원 E씨 등 3명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첨단 기술은 한 번 유출되면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국가경쟁력 확보와 경제안보를 위해 산업기술 국외 유출을 신속히 인지해 엄정하게 형사처벌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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