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객 故 ‘김정호’ 헌정 콘서트 연다…‘하얀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김정호 ‘하얀 나비’)

가객 고(故) 김정호 헌정 콘서트 ‘하얀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가 개최된다. 노원문화재단 주최로 김정호의 기일인 11월 29일을 앞둔 11월 25일 오후 7시 30분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주최측은 이번 공연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예술적 감정과 정서가 확장되고 음악으로 치유받는 기분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원문화재단은 2017년부터 백석, 윤동주 등 당대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명작으로 기억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연극이나 음악극을 제작해 매년 무대에 올렸다. 올해는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불린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 자리한 가수 김정호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천재 싱어송라이터, 김정호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빛낸 수많은 별들이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꾼 사람도 있고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으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중 ‘김정호’를 조명해보자 한다.

김정호를 굳이 범주에 넣자면 7080 포크가수로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김정호는 단순히 포크로만 묶을 수 없는 본인 자체가 장르가 되는 가수였다. 김정호는 1973년 ‘이름 모를 소녀’로 데뷔하여 ‘하얀 나비’, ‘빗속을 둘이서’, ‘인생’, ‘님’ 등 지금까지 불리는 여러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 노래했다. 이외에도 ‘작은 새’, ‘외기러기’, ‘저 별과 달을’, ‘사랑의 진실’ 등 많은 명곡을 만들어 선후배에게 주었다.

김정호 노래의 특징은 우리 민요나 판소리 전통 선율을 기반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자연스럽게 교감하면서 내면 깊숙이 애절하게 호소하는 창법에 있다. 특히 그가 죽기 전 투병생활 중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 그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님’은 김정호의 전통과 소리를 기반으로 한 음악성이 가장 잘 녹아있는 노래라 할 수 있다. 탄식하듯 애절하게 부르는 김정호만의 창법과 선율이 짙게 깔려 있으며, 죽음을 예고하는 듯하여 더욱 애절하다.

-김정호 음악의 뿌리

김정호의 어머니는 판소리 소리꾼 박숙자 명창으로 그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판소리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김소희, 박귀희, 장월중선 등 명창들을 길러낸 국창 박동실이 외할아버지, 서울시 무형문화재 아쟁 예능 보유자 박종선 명인이 외삼촌이다. 국악 명가에서 태어난 그가 전통을 기반으로 음악을 하는 이유와 큰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외조부에서 어머니로 이어지는 정통 서편제의 명맥과 소리가 그의 소리에도 내재되어 있다.

-왜 김정호인가, 김정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김정호는 1985년 11월 29일 폐결핵으로 서른셋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도 여전히 길이 남을 명곡들을 남겼다. 10여 년의 길지 않은 가수활동이지만 김정호가 남긴 음악적 성취와 음악의 뿌리, 한(恨)의 감성을 노래한 그의 노래들을 다시 불러오고자 한다.

지금 이 시대에도 통용되는 감성의 매력과 포크를 넘어 록, 블루스, 프로그레시브한 장르까지 포용한 장르를 초월하는 그의 음악 정체성을 재조명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양한 접근으로 재해석해 다시 탄생할 김정호의 노래로 과거와 현재 음악의 정서를 잇는 대중음악의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김도향.
채은옥.
배다해.

-김정호를 다시 부르는 사람들

김정호와 함께 노래한 동료이자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인다. 멘토이자 김정호의 마지막 앨범을 제작한 김도향, 허스키한 목소리로 여자 김정호로 불린 채은옥, 권투선수 출신으로 김정호의 보디가드를 자처한 이동기 등이 그의 일생과 활동 당시의 추억을 회고한다.

김정호 음악의 뿌리인 소리와의 크로스오버를 보여줄 국악인 이봉근, 뮤지컬 배우 배다해, 싱어송라이터 빈센트블루, 제이유나, 루크맥퀸, 현재 각 음악 장르별로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김정호의 노래가 지금의 음악으로 불리는 이유를 목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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