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반발에 이재명도 민주당도 화들짝…‘금투세 유예’로 선회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대한 기존 당론을 재검토하고 있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금투세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당론 재검토의 신호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쐈고, 금투세 관련 법안을 심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론을 재설정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이 끝난 후 비공개 회의에서 금투세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에 도입하게 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를 이 대표가 내비쳤다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서 도입 시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주식시장 침체를 고려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다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이 개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는 '부자 감세'라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고수해왔다. 정부안은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동시에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자를 기존 종목당 보유가액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여 초고액자산가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으로 증권거래세가 인하(매도금액의 0.15%)되면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시행을 두고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동학개미'들의 집단적인 반발과 여론 악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국회 기재위에는 5만명의 동의를 얻은 ‘금투세 시행 유예’ 청원이 회부된 상태다.

당장 이 대표까지 회의에서 '신중론'을 언급한 만큼 당 차원에서도 금투세 유예 여부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김병욱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전날 오후 당 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금투세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오후에는 정무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기재위원들이 모여서 기존 당론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금투세 관련 법안을 논의했다”며 “법안 심사와 관련해 더욱 논의를 해볼 예정이고 당에서는 금융시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정무위원들과도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민주당 내부에서 기존 당론을 변경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은 소수다.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금투세를 기존대로 시행하고 증권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개미'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날 논의에 참석한 민주당 기재위원들 역시 기존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가 논의를 촉발시킨 금투세 유예 여부를 놓고 당내 의견을 통일하는데 진통이 예상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의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한 내용을 듣고 있고, 당내에서도 이런 점을 약간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금투세에 대한 당 입장을) 변경할 뚜렷한 이유를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기존대로 금투세를 내년에 시행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고 사리에 맞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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