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 예금유치 애 먹는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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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화하셨어요?” 얼마 전 오래된 고객에게 전화를 건 한인은행의 지점장 Y 씨, 기대와 다른 차가운 반응에 진땀을 쏙 뺐다.

상당한 자산가인 이 고객과 그의 지인에게 CD를 포함한 예금을 부탁하려던 Y 씨는 “기억이 안 나시나 본데 그때 CD 연장 안 해주셨으면서 왜 전화하셨어요”라는 고객의 목소리에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고비용 예금 대출 정리 여파로 고객 설득 어려워 :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인은행들은 이자 수입 감소에 따라 고비용 예금을 지속적으로 정리했다.

당시 한인은행들은 낮은 금리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출 상환 유예 정책에 따라 이자 수입이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비용 예금을 정리하며 이자 지출을 줄였다.

실례로 2020년 당시 한인은행들의 이자수입은 12억 600만달러 수준으로 직전년 대비 11% 이상 감소했다. 반면 순이자 수입(이자수익에서 이자지출을 제외한 차액)은 단 0.1%증가에 그쳤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도 남가주에 지점을 가진 한인은행들의 이자 지출 규모는 2억2300만달러 수준으로 직전년 대비 약 59% 감소했다. 이는 은행들이 이자 부담이 큰 고금리 예금 상품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맞춘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지금 은행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예금고가 전체 상위권에 속하는 한인은행의 한 지점장은 “수년 간 점진적으로 고 이자 상품을 줄여 지출을 줄였고 이것이 실제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고 이자 예금을 줄이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반발이 컸고 당시 빠져나간 고객들이 한인은행으로 돌아오기 보다는 이자율이 높은 핀테크나 다른 은행을 택하고 있다. 오래된 고객들을 중심으로 연락하지만 다들 반응이 차갑다”고 한숨지었다.

2020년 만기 CD를 갱신하려다 한인은행에 거부된 후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고 밝힌 한 고객은 “이자가 2%대에서 0.3%대로 깎이는데 누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나. 그때는 떠밀듯이 내보내놓고 이제 와서 다시 오라니 그것도 이자가 높지도 않으면서…”라며 코웃음을 쳤다.

또 다른 고객인 A씨 역시 “CD는 물론 일반 예금과 머니마켓 등도 다 이자를 낮춰 떠났는데 이제 자꾸 연락이 온다”라며 “대출이라도 있으면 생각해 보겠지만 이자율이 타 은행보다 높은 것도 아니고 자산 관리를 포함한 부가 서비스나 온라인 뱅킹 그리고 ATM 등에서도 큰 장점이 없는데 꼭 한인은행에 돌아가 CD를 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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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 늘었지만 또 다른 문제 : 최근 발표된 한인은행들의 실적표를 보면 예금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예금이 늘어나니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예금을 세분하면 문제점이 있다. 핵심 예금의 이탈은 많고 여기에 10만~25만달러 이상 고액 예금 비율은 크게 감소했지만 소액 예금은 늘고 있는 것이다.실례로 한인은행의 고액 예금 감소는 올 초부터 본격화 됐다.

올해 1분기 현재 남가주 소재 한인은행들의 고액 예금고(10만~25만달러, 25만달러 이상)는 23%나 감소했다. 25만달러 이상은 약 7억달러 가까이 빠져나갔고 고액 예금고의 총합은 40억9,999만달러 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금고가 전년 대비 6%이상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낮은 금액으로 높은 금액을 메우는 구조가 이 때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고액 예금의 자리는 소액 예금이 채웠다. 올해 3분기 10만달러 이하 소액 예금의 비율은 직전분기 대비 50%이상 급증했다. 전체 예금고의 증가폭이 직전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고 전년동기 대비로도 5%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멀지 않아 예금 총액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예대율이 급등하며 대출력까지 감소하는 위기가 다가올 수 도 있다는 지적이다. .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 은행의 지점장은 “소액이라도 예금을 하는 고객들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이런 예금은 핵심 예금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종의 레이니데이 펀드(비상금)라고 보면 된다”라며 “고객 대부분이 어려운 경제상황과 고물가에 적은 돈이라도 은행에서 이자를 받자는 마음으로 예금을 한다. 이런 돈은 상황에 따라 쉽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출력 증가에 필수적인 예대율을 지키기 위해 CD를 포함한 예금 유치에 노력할 수 밖에 없는데 장기적으로는 고액 예금이 줄면서 소액 예금만 늘어나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고 전했다.

◇예대율 높아져 고민: 예금 증가폭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예대율은 높아지는 추세다.3분기 현재 PCB의 예대율은 직전분기 92.24%, 전년동기 94.77%에서 100%를 넘겼고 Cbb 뱅크도 82.21%로 전분기 83.21%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2021년 3분기 75.38%보다는 증가했다.

US 메트로 뱅크도 89.76%로 아직은 90%를 밑돌고 있지만 2분기 88.89%, 2021년 3분기 78.29%에 비해 높아졌다.

상장 한인은행의 한 간부는 “일단 매일 한인은행을 포함한 다수 금융기관의 CD 및 기타 이자율을 분석하고 있다”라며 “고객들에게 단순히 CD 이자율만을 가지고 접근하기 보다는 체킹계좌나 자산관리 그리고 기타 부가 서비스를 연계해 원 스탑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 같이 혼란한 시기가 은행의 미래와 함께 할 수 있는 핵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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