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폐쇄성 벗고 이종분야 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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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형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한인 Y씨는 최근 회사가 주도하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은행과 핀테크, 사이버 보안, 크레딧카드 회사 등 각기 서로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나아가 미래의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였다.

Y 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업체와 핀테크 등은 서로 으르렁 대기 바빴죠, 이렇게 교류하며 공생을 모색하는 것은 신기한 경험입니다”고 전했다.

미 금융기업들이 테크놀로지와의 융합을 통해 이종(異種, 다른 종류 새 기술을 도입해 종합적인 발전을 이룬다는 의미)으로의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 금융기업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 이후 비대면금융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플랫폼의 강점을 가진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서비스 개선을 추구했다.

이러한 협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기업들은 핀테크와 손잡고 그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어렵던 서비스나 기술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기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AI)나 아웃소싱으로 처리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의 효과도 거뒀다.

핀테크 기업 역시 협벙을 통해 자사 플랫폼의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서비스 라인업을 다양화함으로써 고객을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서로 고유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효율화하고 고객까지 확보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기업 및 핀테크 업체들은 단순한 협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활발한 인적 교환(이직) 및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형태를 보면 허브(Hub, 중심지), 테크 랩(Tehnology labs), 액셀레이터(Accelerator) 혹은 인큐베이터(Incubator)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연구소를 설립해 새로운 기술연구와 자사직원 교육 및 인프라 강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아메리칸 뱅커 지에 소개된 바클레이의 라이즈 스타트업 아카데미는 그 대표적 사례다이 기관은 직원들 및 관계자들에게 20주간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금융은 물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건축, 디자인, 그리고 응용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활발히 교환하고 있다. 바클레이는 특히 이 스타트업 아카데미에 기존 직원들은 물론 최근 다양한 IT 업체에서 해고됐거나 퇴직 또는 이직 희망 중인 인재들을 초대해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바클레이 측은 이 아카데미 참여자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파생되는 수많은 대출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 역시 바클레이와 형태는 다르지만 새로운 사업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는 최근 애틀랜타 지역에 페이먼트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별도의 리서치 랩을 설립했다. 이 랩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하는 체이스의 페이먼트 기술인 오닉스의 연구와 발전을 담당하게 된다.

매스터카드가 지난 9월 북유럽 덴마크의 스톡홀름에 런칭한 이노베이션 랩은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이노베이션 랩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를 최소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스터카드는 친환경 기업을 지원하며 고객들이 이들 친환경 기업의 제품에 결제하도록 유도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 강화를 위해 가상화폐와 오픈뱅킹 관련 부서에 1500여명 이상을 신규 고용했다.

매스터카드는 유럽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에도 이노베이션 랩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비자도 아프리카 케냐와 듀바이, 런던, 마이애미, 싱카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등 전 세계 6개 지역에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비자는 이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페이먼트 솔루션이나 디지터 커머스 제품을 연구하고 있는데 사파리닷컴 등에서 선보인 제 3세계 용 모바일 금융 서비스 MPESA가 바로 이 스튜디오를 통해 나온 서비스다.

액샌쳐가 창업 초기 단계의 테크 회사들에게 자금과 데이타 등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이나 금융 앱 기업 콜릭티브가 이달 뉴욕시에서 런칭한 디벨로퍼 교육 프로그램, 시네크론이 서로 가진 기술을 공유해 점차 그 문제가 커지고 있는 사이버 해킹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페이테크 액셀레이터, 디스커버리 카드가 카드 페이먼트 기술 발전을 위해 시카고에 설립한 아크@606 등도 이종 진화의 좋은 예다.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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