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지금은 ‘사랑할 때’…국가대표에 위안 됐으면”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SMI 제공]

“사람이 살면서 ‘때’라는 것이 있잖아요. 지금은 ‘사랑할 때’라고 느꼈어요.”

‘첫눈이 오는 날’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을 거라 했던 팬들과의 약속은 ‘기적’처럼 지켜졌다. 하얀 눈이 쏟아졌던 6일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3년 만에 발매한 신보 ‘사랑할 때(In Love)’가 세상에 나왔다.

새 음반을 들고 온 조수미는 “이번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놓기 싫은 것처럼, 손에서 떠나지 않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반엔 100주년을 맞은 한국 가곡 전성기를 이끄는 김효근(눈, 첫사랑), 윤학준 작곡가의 곡과 밴드 두번째달의 신곡 ‘사랑할 때’, 드라마 ‘커튼콜’ OST인 ‘민들레야’,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 가곡, 가요,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11곡이 수록됐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그리는 사랑의 다양한 빛깔을 담은 앨범이다.

“코로나19 동안 누구나 외롭고 고독한 삶을 보내며,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은 ‘사랑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더 늦기 전에, 내 첫사랑이 잊혀지기 전에 이 음반을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랑할 때’는 모두에게 한 번쯤은 찾아온 사랑의 기억과 순간을 이야기한다. 조수미는 “사랑할 때의 로맨티시즘, 저의 설렘과 떨림을 동시대에 살아가며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정서를 가진 팬들, 가족 같은 우리나라 분들께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반이 태어나기까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애초 작곡가 안정준의 가곡으로 프라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체코에서 녹음을 마쳤으나, 기존 작업을 “서랍에 넣고” 고민 끝에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그 앨범이 ‘사랑할 때’다.

우리말로 된 곡들인 만큼 발성에도 변화를 줬다. ‘가사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조수미는 “성악가들이 가곡을 부를 때 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가사가 꼼꼼히 씹히는 발성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선 우리 소리, 국악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항상 국악과 클래식 음악가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음반엔 재즈 콰르텟부터 일렉트로닉 사운드, 국악, 오케스트라를 아우르며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가 콤팩트하게 담긴 앨범이 됐어요.편곡도 굉장히 아름답고 판타스틱해 종합선물같은 느낌이 들어요.”

열혈 축구 팬으로 유명한 조수미는 앨범 발매일 새벽 한국 대표팀과 브라질의 월드컵 16강전을 시청하느라 “한숨도 못잤다”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애정과 사랑, 존경심을 보낸다. 음악과 스포츠는 서로가 어디에 있든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다. 비록 8강엔 못 갔지만 이 앨범이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새 앨범을 선보이며 연말 무대로 고국의 관객과 만난다. 오는 22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 듀오 콘서트 ‘아트 송즈’를 열고, 23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수미&프렌즈 – 인 러브’ 콘서트를 연다. 조수미는 이 공연의 연주료 전액을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할 계획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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