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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미국 기준금리가 또한번 빅스텝을 단행, 4.25%로 올라서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퇴장했던 ‘모기지 바이다운(Buydowns)’ 상품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10여년 전 채무불이행자를 숱하게 낳았던 이 상품의 귀환에 일각에선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소재 대출기관인 길드모기지에서는 올해 상반기 전체 대출 규모의 1% 미만을 차지했던 ‘일시적 바이다운’이 하반기 들어 11월까지 10% 이상을 차지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일시적 바이다운이란 주택 판매자와 주택담보대출 업체가 일정 기간 동안 주택 구매자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2-1 바이다운’을 택하면 대출금리가 5%일 때, 첫 1년은 2%포인트를 낮춰 3%로 적용하고, 2년째에는 1%포인트를 낮춘 4% 금리를 적용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쭉 5% 고정금리가 된다.
WSJ는 실제로 이 상품을 이용해 지난 여름 애리조나 주 챈들러에서 주택을 구매한 사례를 소개했는데, 주택 소유주는 “3-2-1 바이다운을 이용해서 첫 3년은 부담이 덜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차입비용이 너무 높아 집을 살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업체들을 비롯해 부동산 업계에선 일시적 바이다운 상품이 가장 핫한 주제로 떠올랐다. 워싱턴 D.C.에 있는 이엑스피 부동산의 부동산 중개인인 댄 멜닉은 “시장에 많은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이 가격이 하락하거나 금리가 하락하기를 기다리며 구입을 방관하고 있는데, 바이다운은 이들의 금전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로켓 모기지와 유나이티드 도매 모기지를 포함한 수십 개의 대출 기관들도 1년 사이 약 두 배로 증가한 금리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이다운을 내세우고 있다. 주택 건설업자들도 구매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 바이다운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로 가는 길을 만든 한 축이기도 하다. 때문에 벌써부터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방법을 택한 대출자들은 금리 할인이 다 끝날 때 쯤에는 그들의 수입이 더 증가해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바로 그것이 2007년과 2008년에 일어났던 것과 같은 일”이라며 “일부 대출자들은 낮은 지불금에 익숙해지고 바이다운 기간이 끝나면 고군분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대출기관들은 주택담보대출 신청자들의 소득을 확인하는 데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출자들이 그들의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고 따지는 많은 증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09년 사이에는 미국에서 약 1100만 채의 주택가치가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밑도는 깡통주택이 됐다. 이 당시 집값 하락 폭은 -28%였다. 하지만 WSJ가 인용한 코어로직(CoreLogic)사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이 같은 깡통주택 사건이 일어나려면 주택가격이 최고점에서 무려 40~45% 하락해야 한다는 도출이 나온다.
전미부동산업자협회의 2015년 추산에 따르면 2006년과 2014년 사이에 주택 약 930만 채가 압류를 겪거나 대출 기관에 집을 내주거나 부실 매물로 팔렸다. 이런 과거가 있어서 이후의 금융시스템은 완전히 재설계됐다. 모기지를 채권으로 묶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상품, 즉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은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됐다. 오늘날, 모기지를 발행하는 모기지 회사들은 엄격한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어반 인스티튜트의 주택금융정책센터 설립자 로리 굿맨은 “오늘날의 대출자는 2008년 보다 훨씬 더 질 높은 대출자이며 이들의 대출 또한 훨씬 더 질 높은 대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