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려가지만 구매력 더 악화…LA는 연소득의 70% 써야

Single family house on pile of money
[adobestock]

모기지 금리 폭등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작됐지만 주택 구매력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톰’의 최근 집계 결과 올해 4분기 현재 미국에서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연 소득의 비율은 32.3%로 전분기 29.6%, 전년동기 23.8% 대비 증가하며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지역별로는 전체 조사 대상 581개 카운티 중 577개 카운티의 구매력이 전년동기 대비 악화됐다. 이는 전분기 572개 카운티 대비 5개 카운티가 늘어난 수치로 전년동기 393개 카운티와 2년전 181개 카운티와 비교할 경우 그 증가폭이 더욱 크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소득 대비 28%의 상한선을 적용해 구매력을 판단하면 전체 581개 카운티 중 427개 카운티(73.5%)가 이를 초과하며 직전분기 388개 카운티와 전년동기 246개 대비 대폭 늘었다.

연 소득을 미 평균치보다 크게 높은 7민 5000달러로 올려봐도 전체 581개 카운티 중 주택 구매가 가능해지는 지역은 약 50%에 해당하는 291개에 불과했다.

모기지 업체 관계자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집값이 매년 15~20%씩 오른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가 연초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물가 부담까지 더해지자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인하됐음에도 잠재적 바이어의 실재 구매력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올해 4분기만해도 주택 가격은 전분기 대비 약 3% 내리고 평균 임금도 1% 늘었지만 주택 소유주가 중간 가격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10%나 늘었다. 연초 3% 수준이던 금리가 한 때 7%를 넘긴 상황에서 재산세와 주택 보험 등을 포함한 월 페이먼트 부담이 매월 수백 달러 이상 가중됐기 때문이다.

◇LA서 집 사려면 연소득의 69% 이상 필요: 남가주 지역 주요 카운티의 구매력을 세분해 보면 LA의 경우 주민 소득은 7만8377달러, 주택 중간가는 80만 5000달러였다. 이 경우 연 소득의 무려 69% 이상을 지출해야 중간가격 주택 구매가 가능하다. 주택 가격 상승폭이 1% 오르는 동안 임금이 4%이상 뛰었지만 주택 구매를 위한 소득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사정은 더욱 나빠 7만6362달러 소득으로 93만7000달러가 넘는 중간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 비율은 82%를 넘기게 된다. 오렌지카운티도 LA와 같이 임금상승폭(3.6%)가 주택 가격 상승폭(1.9%)를 넘겼지만 고소득층이 아니라면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남가주 지역에서 주택 구매력이 가장 높다는 샌버나디노는 소득 5만6628달러로 중간가 47만6500달러 주택을 사려면 56.7%의 지출이 불가피했고 리버사이드도 5만4496달러 소득으로 55만 달러 중간가 주택 구매에 70% 이상이 필요했다. 남가주에서 가장 인구 이동 및 유입이 적은 벤츄라 역시 6만5988달러 소득으로 78만달러 중간가 주택 구매에 80% 이상의 수입을 할애해야 했다.

남가주 5개 주요 카운티들도 4분기 임금상승폭이 주택 가격 상승폭 보다 약 2배 가량 높았지만 주택 구매력은 개선되지 않았다.

남가주 지역에서 중간가 집을 사려면 연소득이 LA와 오렌지카운티는 약 20만달러, 샌디에고와 벤츄라는 약 15만달러, 기타 지역도 10만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이는 실제 소득 대비 2~3배 가량 높은 것이다. 북가주 샌마테오, 마린, 샌프란시스코/샌타클라라 지역은 1년에 33만~37만달러를 벌어야 집을 살 수 있어 남가주에 비해 주택 구매가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미 전역의 상황을 봐도 올해 4분기 현재 581개 카운티 중 절반이 넘는 327개(56%)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상승폭이 임금 상승폭을 상회하고 있다. 직전 분기 84%대비로는 감소한 것이지만 주택 구매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최한승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