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판정패 ‘국정운영’ 흔들…尹대통령 “매우 유감”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처리된 후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첫 소감이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정부안(639조419억원)에서 3142억원이 감액된 638조7276억원으로 확정됐다. 총지출 규모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순감으로 전환한 것은 2020년도 예산안 이후 3년 만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과 정권교체 후 첫 정부안을 사수하려던 정부 사이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치닫던 예산안 심사는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된 기록도 세웠다. 결국 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보완책 강구’라는 지시까지 내리며 국회에서 수정된 예산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에 대해 “대폭 수정됐다”며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실제 국회 예산 심의 초반부터 정부여당은 야당의 수적 우위에 끌려 다녔다. 예산안 예비심사 단계인 각 상임위에서부터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하며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양당 원내대표들의 ‘담판’을 통해 지난달 22일에야 합의가 이뤄졌고,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된 정부 예산안이 통과했다.

시간에 쫓기듯 처리된 올해 예산은 사실상 거대 야당의 판전승이라는 평가가 많다. 여당은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주요 쟁점에서 ‘원칙’을 강조했지만,준예산 사태와 같은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합의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거대 야당의 실력 행사에 정부·여당이 끌려다녔다는 사실은 구체적인 합의 결과로도 확인된다. 우선 윤 정부의 상징적 정책이라고 할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대폭 깎였다. 반면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이라 불렸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은 3525억원이 최종적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예산 집행을 앞두고 국회를 거치며 발생한 ‘예산 빈틈’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최근 첨단 반도체 산업시설에 새로 투자하는 대기업에 대해 투자액의 15%를 세액공제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된 세액공제율 8%를 두 배 가까이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 스탠스 등을 볼 때 하반기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국회에서 예산 규모가 정해졌고, 정부는 (예산을) 얼마나 조기 집행할 것이냐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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