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형 펩타이드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 기술을 통해 단백질의 비정상적 변형으로 발생하는 암과 치매 등 질병에 대한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박희성 카이스트 교수)
카이스트(KAIST)는 화학과 박희성 교수 연구팀이 질병을 유발하는 다양한 바이오마커들에 맞춰 재단하듯이 디자인이 가능한 고리형 펩타이드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고리형 펩타이드란 기본 선형으로 이뤄진 펩타이드(작은 단백질 조각)를 약리 효과를 높일수 있도록 고리형태의 구조로 만들어진 아미노산 중합체를 말한다. 고리형 펩타이드는 낮은 독성과 뛰어난 약리 활성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아왔지만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제조하기가 어려워 실제 신약 개발에 활용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우리 몸의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다양한 변형을 통해 기능과 활성이 조절되며 이런 변형은 생체 내에서 세포 신호 전달 등 우리 몸의 정상적인 신진대사 활동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단백질 변형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세포의 신호 전달, 대사 활동 등이 손상돼 암, 치매, 당뇨를 포함한 다양한 중증 질환을 유발한다.
기존에는 이런 비정상적 단백질 변형을 제어할 수 있는 후보물질의 탐색이 용이하지 않아서 질병의 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박 교수팀은 2016년 다양한 비정상 변형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단백질 변형기술을 개발해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를 더 발전시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변형을 제어할 수 있는 고리형 펩타이드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고 탐색하는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비정상적인 단백질에 결합, 다양한 종류의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진 종양 바이오마커인 HDAC8(histone deaceytylase 8)의 활성을 저해하는 고리형 펩타이드를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이 실용화 할 경우 다양한 질병에 대한 혁신신약 후보물질 탐색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맞춤형 표적 항암제와 뇌 신경 치료제 개발 등 글로벌 신약 연구에 새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1월 16일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