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은행 규제강화 지시…자산 기준 1000억달러로 상향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 사태 이후 은행 감독 강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금융 시스템 강화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지역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가 되돌려져야 한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별도 입법 조치 없이 기존 규제틀 안에서 지역 은행에 대한 감독 확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연쇄 파산 사태 이후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미국에서는 당국의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여론이 형성돼 왔다.

그러나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인 상황에서 스스로가 완화한 규제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입법에 난항이 예고됐다.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며 자산 규모 500억달러 이상 은행에 대해 강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해 왔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공화당과 일부 중도성향 민주당 의원들이 합세해 이를 2천500억달러로 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수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 지역 은행에 대해서도 위기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 및 자본 비율을 높여 적용하고 연례 당국의 리스크 심사를 받도록 했다.

또 이들 은행들은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을 손상하지 않고 어떻게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종합 해결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28일 노스캐롤라이나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은행 위기와 관련, “가능한 정책 수단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사태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고위 당국자는 “기존 법 체계 하에서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며 “금융 당국의 감독권 강화를 위해 입법 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전미기업경제협회 행사 연설에서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에 힘을 싣고, 지난 행정부에서 느슨해진 중간 규모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연설문에서 “은행의 실패는 언제든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 된다”며 “최근 당국의 규제가 완화됐고, 이 같은 규제 완화의 영향을 평가하고 대응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 은행의 파산 사태를 적시하며 “이들 사건은 금융위기 이후 개혁의 완성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급한 필요성을 상기시킨다”며 “규제 완화가 너무 나간 것은 아닌지, 규제의 균열을 고칠 필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은행이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현재의 감독 체계가 적절한지 재검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현재 연방준비제도(Fed) 등에서 진행중인 조사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규제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용을 부과한다”며 “그러나 적절한 규제에 따른 비용은 비극적인 금융 위기에 치러야 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미미한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은행 뿐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 헤지펀드, 가상화폐까지 포괄적으로 거론하며 이들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거론했다.

옐런 장관은 향후 추가적인 금융 위기 가능성과 관련해선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와 동일하게 비보장 예금까지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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