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줄 몰랐다’더니…건너편서 몰래 구경한 음주뺑소니범

사고 현장 건너편 좌회전 차로에 멈춰 서 있는 가해 차량의 모습. [MBC]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나 의식불명 상태로 몰아넣은 음주운전자가 사고 직후 길건너편에서 사고 수습 장면을 몰래 구경하던 것이 CCTV에 포착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이다.

울산지방법원은 19일 음주 뺑소니 운전자 20대 A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7시 29분께 만취한 채 울산시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공업탑 방향으로 운전하다가 출근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 B 씨를 들이받았다. A 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2시간 30여분 뒤 A 씨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사고 몇 시간 뒤였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131%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상태였다.

A 씨는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집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음주운전은 인정했지만, 사람을 친 줄 몰랐다며 뺑소니 혐의는 부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A 씨는 사고 발생 3분 뒤 다시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사고 현장 건너편 좌회전 차로에 차를 세우고는 경찰이 사고 수습을 하는 모습을 약 1분간 지켜봤다. 그리고는 다시 달아났다.

피해자 B 씨는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으나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뇌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이제 막 어린이집 교사가 된 사회 초년생이었다.

A 씨는 심지어 자동차 의무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중고차를 사면서 한 달짜리 보험에 가입했는데, 기간이 끝나자 보험도 없이 차를 몬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다른 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병원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B 씨의 가족은 MBC에 “돈도 다 필요 없고 그냥 눈만 뜨면 된다. 살아만 있어도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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