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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우려로 300억(39조9000억원) 달러를 지원받았던 퍼스트리퍼블릭에서 지난 1분기 1020억달러의 예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은행 불안 지속에 따른 미국 은행권 위기가 지속될 지 주목된다.
CNBC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24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금이 1045억달러로 집계 됐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450억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1분기 동안 인출된 예금은 102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전체 인출액 176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달 SVB 파산 사태 이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에 들지 않은 예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은 ‘뱅크런’을 겪었다. 퍼스트리퍼블릭이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세번째로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 11곳이 300억달러를 퍼스트리퍼블릭에 예금하는 구제책을 마련해 위기를 잠재웠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달 27일 주간부터 예금 이탈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21일 기준 총 예금잔액은 1027억달러로 지난달 말에 비해 1.7% 감소했지만 대부분 세금 납부 시즌이 되면서 고객들이 돈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미국 내 소규모 지역은행들이 여전히 취약한 재정 기반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무디스는 US뱅코프, 자이언스뱅코프, 뱅크오브하와이 등 11개 지역은행에 대해 운영환경과 자금 조달 조건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이들 은행이 조달 비용이 더 높은 자금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게 무디스의 설명이다.
고객들이 머니마켓펀드와 다른 고수익 상품을 찾고 있는 만큼 은행은 예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대규모 지역 대출기관인 PNC의 경우 1분기에 비이자예금은 5% 감소한 반면 이자 예금은 2%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이러한 추세는 은행의 수익 마진을 감소시키고 대출을 더욱 꺼리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규모 은행들은 다가올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대출 연체를 야기하고 이는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본사를 둔 은행인 트루이스트 은행의 마이클 맥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위험이 증가하는 환경에 대비해 신용 연장에 더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