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최혜진 ‘가장 우승 원하는 사람은 나’

최혜진은 올해로 LPGA 데뷔 2년 차다. 아직은 우승이 없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국내에서 아마추어 때 프로대회를 2번 우승하고 KLPGA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통산 10승을 올렸다.

JM 이글 L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최혜진은 폭풍과 같은 하루를 보냈다. 더블 보기 2개에 버디 7개를 잡았다. 그래도 담담해 보였다. 실수를 할 수 있고, 화를 참기보다 화가 나면 그걸 표현하고 빨리 다음 홀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참기보다 안 좋은 감정을 길게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혜진은 미국에 와서 더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는 경기를 하러 가서도 연습장을 찾아다녀야 하고 숏게임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LPGA 선수라고 하면 어디에서든 연습을 편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좋단다. 워낙 다양한 잔디를 경험하다 보니 이전에 쳐보지 않았던 새로운 샷을 배우고 그것을 시합에서 성공했을 때 성취감이 든다고. 최혜진은 이번 시즌에 웨지를 57도에서 59도로 바꿨다. 한국에서 경기할 때는 어프로치도 한가지 샷만 연습했는데 미국에 오니 띄우는 샷 등 다양한 샷이 많이 필요한 걸 절감했다. 한국은 비교적 잔디가 길고 공이 떠 있는 라이가 많은데 미국은 타이트한 라이가 많이 있다 보니까 바운스가 없어야 치기 좋은 상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올 시즌에는 제임스 오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있는데 숏게임 위주로 많이 배우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별로 해볼 기회가 없었던 요리도 많이 하는 편이다. 최혜진은 경기 날이 아닌 연습 라운드날이나 쉬는 주면 스스로 한식을 만든다. 최혜진은 된장찌개, 김치찌개, 무국, 떡국을 넘어서 갈비찜, LA갈비도 해봤다고 한다. 갈비찜은 어렵지 않냐고 하자 ‘생각보다 쉽던데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레시피를 따라 뚝딱뚝딱 만들어낸다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긴 한데 요리를 하는 자체가 좋고 재밌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지만 타지 생활에 크게 외로움도 느끼지 않는다. 최혜진에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은 익숙하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때도 합숙하면서 집을 많이 떠나 있었던 편이라 크게 힘들게 느끼지 않는다. 다만, 강아지가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고 했다.

미국 생활이 가장 힘든 건 이동이 많은 것이지만 또 좋은 점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문화나 성향이 서로의 사생활에 깊이 관여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점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는 듯 했다.

최혜진의 최종적인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포인트를 많이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주변에서 우승을 목놓아 기다리지만, 사실 가장 우승을 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겠냐”며 최혜진은 웃었다. 하지만, 우승은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주고 컨디션이 따라 주어야만 가능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우승만 생각하면 그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자괴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최혜진은 매일의 경기에서 원하는 샷을 성공했을 때 만족감을 가지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얻으며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지만 관록과 패기를 함께 갖춘 최혜진이 트로피를 들어올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KL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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