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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에서 거래되는 500만달러 이상 고가 부동산에 추가 양도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맨션세’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LA타임스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이 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 4월 1일을 기점으로 고가 부동산의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법 시행 직전인 3월만해도 500만달러 이상 고가 부동산이 총 126채나 거래됐지만 4월 이후로는 단 2채만 팔렸다. 감소폭 기준 무려 98.4% 다.
럭셔리 부동산 전문 브로커지회사인 노맨드&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멀티리스팅 서비스(MLS) 역시 4월 거래된 500만달러 이상 부동산의 수가 단 10채에 불과하다며 이는 직전월의 144채와 전년동기 79채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고가 부동산 거래가 감소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2022년 11월 주민발의안 투표에서 찬성 57%를 얻어 통과된 맨션세(Measure ULA)는 기존 세금에 더해 500만달러 이상 거래시 추가 4%, 1000만달러 이상 거래시 5.5%의 추가 양도세가 적용되는 세법이다.
셀러가 아무리 낮은 가격에 건물을 구매했다해도, 아무리 부자라 해도 판매 후 적용되는 세금을 고려하면 실익을 못 남기니 당연히 시장에서 발을 뺀 것이다.
럭셔리 부동산 전문 브로커지의 한 에이전트는 “당초 맨션세(ULA)로 매년 수억 달러가 넘는 세수를 올려 이를 시의 주택난 해결에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며 불가능한 미션(Mission impossible)이었다”며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고 배를 째면 죽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며 비웃었다.
베버리힐스 지역 유명 브로커지의 대표 또한 “업계에 종사한지 35년이 넘었는데 이번처럼 불합리한 세금은 본 적이 없다”라며 “경력 십수년 이상의 베테랑이야 억지로 버틸 수 있겠지만 최근 럭셔리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에이전트들은 낮은 가격의 시장으로 옮기든지 아예 다른 업계로 이직하기 시작했다. 어떤 정책도 하나의 계층만 겨냥해 죽이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LA시의 반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투표 당시 “매년 적어도 7억달러, 평균 9억달러가 넘는 세수를 거둬들여 시의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던 LA시는 지난 3월 발표된 LA시의 2023~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이 수치를 슬그머니 6억달러 선으로 낮추더니 4월 이후 고가 부동산 거래가 바닥을 치자 이를 또 다시 1억5000만달러까지 줄였다. 시 정부조차 당초 기대치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이 ULA는 수정헌법을 위반했다는 헌법 소원 2건이 법원에 제기된 상태다. 만일 법원이 새 소원 제기에 손을 들어준다면 법안 자체가 무효화 된다. 상당수의 셀러들이 바로 이 소원 통과를 기대한 채 거래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법안을 우회하는 편법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부동산을 각각 500만달러 이하로 세분해 거래하거나 일단 가족 등에게 증여해 넘기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추가 양도세를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LA시가 이를 불법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며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부동산전문 변호사들의 말이다.
LA시는 추가 양도세 회피 행위를 막기 위해 고가 부동산 불법 매매를 단속하는 전담 인력을 6명 추가하고 LA 시의회에 15명으로 구성된 시민감시위원회까지 구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속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최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