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거대 미디어기업 ‘트리뷴’ 인수했다가 파산보호로 끝나
미국의 유명 부동산 투자사업가 샘 젤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 ‘부동산 제국’을 건설하고 한때 거대 미디어기업 ‘트리뷴 컴퍼니’까지 사들였던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사업가 샘 젤이 별세했다. 향년 81세.
18일(현지시간) AP통신·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무덤 위의 댄서’·’부동산업계 황금손’ 등으로 불린 ‘전설적인 부동산 투자가’ 젤이 이날 오전 자택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젤이 설립하고 이사회 의장을 지낸 부동산 투자회사 ‘에퀴티 코먼웰스’(EQC)는 성명을 통해 그가 최근 발병한 질병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폴란드계 유대인 젤은 가치가 떨어져 헐값에 나온 상업용 건물들을 사들이며 부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로이터통신은 젤이 미시간대학 재학시절부터 학생 기숙사 관리를 맡으며 부동산 업계 경력을 쌓았고, 27세 때인 1968년 그의 주요 사업체 ‘에퀴티 그룹 인베스트먼츠’(EGI)를 설립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외에도 제조업·여행업·헬스케어·에너지 사업 등에 투자했으며 부동산투자신탁(REITs) 사업 대중화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1976년 시카고를 기반으로 설립한 ‘에퀴티 오피스’(EQ Office)를 미 전역에 80개 사무소를 갖춘 회사로 키운 뒤 2007년 블랙스톤 그룹에 390억 달러(약 52조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 한 달만에 젤은 당시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LA 타임스 등을 소유하고 있던 ‘트리뷴 컴퍼니’를 82억 달러(약 10조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경비절감·편집국 인원감축 등을 추진, 신문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샀고 차입매수(Leveraged Buyout·LBO)를 시도하다 2008년 12월 트리뷴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이미지가 실추됐다.
뉴욕타임스는 “트리뷴은 회생 절차를 밟아 2012년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났으나 기업가치는 절반으로 줄었고 파산관재인이 임명한 새 관리자가 시카고 트리뷴 등 주요 자산 매각 계획을 세우게 됐다”면서 “젤의 개인적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이 일은 부동산 거물 젤에게 불명예로 남게 됐다”고 평했다.
젤은 2012년 포브스 억만장자 목록에서 순자산 49억 달러(약 6조5천500억 원)로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주 최고 부호, 세계 순위 216위를 기록한 바 있다.
EQC는 “젤은 자수성가한 비전있는 사업가였다. 60여년의 사업 경력 기간 수백개의 회사를 세우거나 성장시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산업에 투자했으나 특히 4조 달러(약 5천350조 원) 규모의 현대 부동산투자신탁 사업이 자리를 잡는데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가장 널리 인정받는다”고 부연했다.
젤은 지난 2월 경제전문매체 CNBC에 출연해 “연준이 너무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해 모든 것을 망쳤다. 더 신속히 대응했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실제 완화될 때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8일 기준으로 젤의 순자산은 52억 달러(약 7조 원)로 미국 부자 순위 184위에 올라가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세 자녀 그리고 9명의 손주 등이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