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요되는 팁

키오스크(셀프계산대)를 이용하거나 직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받지 않은 고객에게도 팁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팁 스트레스’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요즘 콜로라도주 상하원 의회가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 푸드 레스토랑은 물론 월마트 등 대형 리테일 매장 근로자들도 소비자로부터 현금 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이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 콜로라도 주 하원의 알렉스 발데스(민주)의원 등은 “이 법안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좋은 서비스와 좋은 일을 장려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자율성’을 주장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집단 반발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주 의회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통과됐다.

만일 이 법안이 자레드 폴리스 주지사의 서명을 받을 경우 직원이 현금 팁을 받는 것을 금지해온 미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회적 통념의 팁이란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그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 팁에는 법적 강제성이 없으며 어디까지나 자율적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다.

다시 말해 고객이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이에 대한 팁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트렌드는 고객과 해당 사업주의 의견은 무시한 채 법적 또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서라도 팁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세상 일이란 억지로 강요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실례로 미국의 포스(POS)기기 소프트웨어 업체인 토스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예전에 비해 더 자주 팁을 주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담으로 팁의 액수는 감소했고 최대한 팁을 피하는 곳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서비스를 받는 곳은 제외하더라도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고 고객이 매장까지 가서 이를 직접 수령했는데도 결제 대금의 일정 부분(%)을 팁으로 내도록 강요 받는다면 이것이 과연 공평한 일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장담컨대 이런 팁 강요 문화가 만연해지면 일정액의 연회비를 부담하더라도 팁이 필요 없는 배송 서비스를 택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수요에 따라 공급이 결정되듯 팁을 피해가는 시스템도 확산될 것이다.

팁 강요 문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힌 한 업주는 “부채를 지더라도 직원과 고객 접촉을 최소화하는 자동화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노동법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팁 강요까지 더해지면 수년 안에 100% 기계화되는 매장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한승최한승/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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