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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샌프란시스코 등 전세계 9개 주요 도시에서 사무실 임대 위주의 오피스 빌딩 가치가 2030년까지 8000억 달러(약 1000조원)가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재택근무가 활성화함에 따라 사무용 빌딩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켄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재택근무 등 원격 근무 체제가 활성화함에 따른 전세계 주요 도시 사무용 빌딩의 가치 하락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포스트 팬데믹과 함께 사무실 공실률이 오르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가운데 나왔으며, 팬데믹으로 인한 근로 습관의 지속적인 변화가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최근 흐름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예컨데, 지난 달 글로벌 금융사 HSBC는 영국 런던의 글로벌 본사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런던 중심의 업무지구인 카나리 워프에 있는 상징적인 건물을 포기하는 대신 가까운 곳에서 훨씬 더 작은 건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ㅍ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도심 최대 쇼핑몰 ‘웨스트필드 샌프란시스코 센터’를 포함해 영업을 중단한 소매 공간을 허물고 그 자리에 연구실이나 축구 경기장을 짓는 안을 제안했다.방치돼 골칫거리가 된 대형 건물을 대신할 도심 재건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실 출근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30% 낮아졌으며 매일 출근하는 근로자도 단지 37% 수준이다.보고서는 “전세계 슈퍼스타 도시의 도심 부동산은 상당한 어려움에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은 도시의 재정 건전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켄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미국 뉴욕·휴스턴·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뮌헨, 일본 도쿄 등 9개 도시를 조사했다.
이들 도시의 추정 손실액은 8000억 달러로, 2019년 수준에서 26% 감소했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로는 사무실 공간의 가치가 최대 4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자율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문제가 생긴 금융업체들이 보유 부동산의 가격을 더 빨리 낮추기로 결정하면 그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는 많은 부동산 거래에 자금을 대는 은행들에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주로 중소형 은행에서 이루어지는 부동산 대출에 대해 조건이 강화됐다.
조사 대상 도시 중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임대료가 2019년에 비해 각각 28%와 22% 감소한 수준에서 나왔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2020년대 말 사무실 공간에 대한 수요는 2019년에 비해 13% 줄 수 있다.
보고서는 팬데믹으로 떠난 사람들 일부만이 돌아올 것이고 도심 쇼핑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심 매장 근처의 유동 인구는 팬데믹 이전보다 10~20% 낮게 유지하고 있고, 이는 부분적으로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서 비롯됐다.
보고서는 “도시들이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을 취해 사무 공간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며 다목적 용도의 사무실과 소매 공간을 개발하고 다양한 용도에 맞춰 쉽게 바꿀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