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서 나화린(철원)이 역주하고 있다.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1위를 차지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세계 사이클 종목을 주관하는 국제사이클연맹(UCI)이 사춘기 후 성전환을 한 여성에 대해 남성부 대회 출전만 허용하기로 했다.
성전환자, 특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선수들이 남성같은 우월한 신체적 이점을 바탕으로 여성부 각종 기록경쟁 경기와 투기 종목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현상이 잦은 데 따라, 사이클 종목 주관 단체에서 내놓은 대응 조치다.
UCI는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남자로서 사춘기를 겪은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우리가 주최하는 모든 여성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종전까지 UCI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기준치(혈액 1ℓ당 2.5n㏖/L) 이하로 최근 2년간 관리하면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허용해왔다. 이번에 ‘2차성징 전 성전환’이란 추가 조건부를 내건 것은 과학적 분석에 토대를 둔 조치라고 UCI는 설명했다.
남성 호르몬을 2년간 기준치 이하로 억제하더라도,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낸 덕에 얻은 신체상 이점이 완전히 무력화되는지 과학적으로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게 근거다. UCI는 호르몬 억제 요법의 효과도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 일괄적 정책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근육량, 골밀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다. 이 때문에 운동능력상 여성보다 우월하다.
더불어 UCI는 기존 남성부를 ‘남성·오픈부’로 바꾸기로 했다. 사춘기 이후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선수는 여성부 대신 이 부문에만 나설 수 있다. 남자 선수들과 경쟁하라는 뜻이다.
17일부터 적용되는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 최초로 성전환 선수 신분으로 공식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나화린도 UCI 주최 대회에서는 여성부로 출전할 수 없다. 36년을 남성으로 살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나화린은 언론 등을 통해 별도 ‘성전환부’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UCI의 결정은 지난 5월 초 성전환 선수 오스틴 킬립스가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사이클 대회 '투어 오브 더 길라' 여성부에 출전해 우승해 논란이 된 지 두 달여 만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