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432 파크 애비뉴. [아파트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 가격이 반값으로 뚝 떨어졌다. 초고가 부동산에 대한 수요 부족, 건물 자체의 결함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억만장자의 길’로 불리는 맨해튼 57번가 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432 파크 애비뉴에서 한 층 전체를 거주 공간으로 하는 매물이 약 7000만 달러(약 930억원)에 거래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헤지펀드 창업자가 갖고 있는 이 아파트의 당초 호기는 1억3000만 달러(약 1800억원)였다. 원래는 2배에 가까운 값으로 시장에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매물로 등록된 후 2년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호가의 절반 가까이 깎일 만큼 가격 하락이 이어진 건 미국 초고가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일반 주택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값이 오르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초고가 부동산 시장은 수요 부족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초고가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큰 외국의 갑부들이 강달러 현상 이후 구매력이 약해진 모습이다.

432 파크 애비뉴 자체의 문제점도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425.5m 높이의 432 파크 애미뉴는 입주 초기부터 관리 회사 측과 거주자가 아파트 결함 문제로 충돌했다.

432 파크 애비뉴는 특히 바람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건물은 바람에 어느 정도 흔들리도록 설계되지만, 432 파크 애비뉴는 막대 모양의 긴 외형이라 더 불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에는 강한 바람으로 건물이 흔들리던 중 엘리베이터 통로 안 전선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거주자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1시간25분간 갇혀 있어야 했다.

2018년에는 높은 층까지 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압을 견디지 못한 파이프 연결관이 터져 일부 거주지가 침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