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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중소형 은행들이 예금 모집을 제3의 중개기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중형 은행 시온 뱅코프는 상반기 말 중개예금 잔액이 85억달러(11조3천억원)로 전체 예금에서 11% 비중을 차지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둔 지방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도 1년 새 중개예금 유입액이 늘면서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중개예금이란 예금중개업체 등 제3자를 통해 자금을 모집한 예금을 말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소매영업망을 통해 일일이 예금을 모집하지 않아도 손쉽게 거액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영업망을 갖춘 대형은행보다는 영업망이 적은 지방 중소형 은행이 자금을 모을 때 주로 의존한다.
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 이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중개예금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중개업체 수수료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일반 예금 대비 높은 편이다. 은행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돈을 맡긴 고객들이 ‘충성 고객’이 아닌 만큼 위기 때 돈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유동성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규모 자금이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핫머니’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런 위험성을 반영해 중개예금 의존도가 높은 어소시에이티드 뱅코프와 밸리내셔널뱅코프의 신용등급을 지난달 한 단계씩 강등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달 은행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중개예금을 두고 ‘저등급’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미국 은행 부문에 대한 신뢰 위기가 촉발된 가운데 중개예금이 은행 예금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관계 당국도 중개예금 의존도 증가의 위험성을 주시하고 있다.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개예금은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집중이 일어난다면 감독 당국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