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불황에도 중국의 끝없는 증설…실적 악화 속타는 한국 기업 [비즈360]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침체에도 중국의 계속된 증설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공급 과잉 악재가 가중되고 있다. 당장 국내 기업들에 실적 악화 직격탄이 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생산 증가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와 친환경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파라자일렌(PX) 생산능력은 2021년 3159만t에서 올해 말 34.1% 증가한 4237만t에 달할 전망이다. 나프타를 아로마틱 설비에 투입해 만들어진 PX는 합성섬유 중간 원료로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등 석유화학 업체뿐만 아니라 GS칼텍스, S-OIL 등 정유사들도 생산한다.

여기서 나아가 코트라는 ‘중국 PX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2025년말 중국의 PX 생산능력은 연간 4600만t을 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의 PX 전체 공급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PX 사업과 주변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다른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량도 늘리고 있다. 올해와 내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의 총 증설 규모는 각각 1000만t, 1400만t 수준이다. 계속되는 증설에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은 높아져 한때 50%대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은 최근 30%대로 줄어들었다.

전남 여수 LG화학 CNT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의 계속된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이미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7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60.2% 감소했다. 국내 대표 PX 생산업체인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사업에서 부진했다. 올해 3분기 S-OIL의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은 4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 줄었다.

결국 중국이 증설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회복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t당 400달러를 훌쩍 넘었던 PX 마진은 올해 4분기 300달러대 중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한화투자증권은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구성원들이 공정 투입을 위해 열분해유를 싣고 온 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사업 구조 다각화를 통해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 매출 비중을 줄이고 신소재 등 신사업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LG화학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4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준공 시 LG화학의 CNT 생산능력은 2900t에서 2배 이상 늘어난 6100t이다. CNT는 열전도율이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대표 소재인 동박의 생산능력을 키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생산량을 현재 6만t에서 2028년까지 24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사업 규모는 축소한다. 올해 6월 롯데삼강케미칼 지분을 중국 협력사인 삼강화공유한공사에 전부 매각한 데 이어, 지난 9월 중국 현지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 지분 또한 현지 협력사에 팔았다.

정유사들은 친환경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석유화학 제품 및 플라스틱 원료로 열분해유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 원유를 말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원유 대신 열분해유를 투입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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