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지구 발라타 난민촌에서 한 소년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거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미국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극단주의 정착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런 방침을 이스라엘에 통보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동안 또 다른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인 서안지구에서도 일부 유대인의 폭력으로 위기가 고조되자 이런 방안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내각 관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수 주 내 미국이 이 같은 자체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조처의 적용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날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극단주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저지른 폭력에 대해 책임을 물리는 즉각적 조처를 취하도록 촉구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블링컨 장관은 서안지구의 라말라를 방문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회동하는 등 서안지구의 긴장 완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지역 중 하나다. 약 3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과 50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곳에서 유대인 정착촌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말 극우 세력과 손잡은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가 크게 늘었다.
특히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벌인 기습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 이런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유대인 정착민의 공격은 이번 전쟁 이후 2배가량 급증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지난달 이후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민 또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2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1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극단주의 폭력을 중단시켜야만 하며 폭력 행위자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민간인을 공격하는 극단주의자에 대해 비자 금지 등 자체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