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후 은퇴와 함께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를 고민 중인 한인 최씨부부.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하필 모기지 금리가 폭등하는 시기와 자녀들이 독립하고 자신이 은퇴하는 시기가 교묘하게 맞물려 버렸다.
독립과 은퇴가 2년 정도만 빨랐더라도 걱정이 없었겠지만 집값이 낮아진들 이자율 탓에 이사는 고려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이사를 포기하려던 참에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 브로커 덕에 모든 걱정을 덜게 됐다.바로 이사할 곳으로 생각했던 한적한 시골마을 소재 주택의 낮은 이자율과 페이먼트를 그대로 넘겨 받게 된 것이다.
‘어슈머블 론(Assumable Loan)’이란 부동산 용어가 있다. 이 말은 한국어로 ‘인수 가능 대출’ 정도로 바꿀 수 있다. 현재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셀러가 가진 모기지 대출 금리와 기간 그리고 잔액 등을 그대로 넘겨받는 것이다.
지금처럼 7~8% 사이를 오가는 금리가 아니라 3%의 낮은 이자율로 집을 살 수 있다니 눈이 번쩍 떠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어슈머블 론도 조건은 있다. 컨포밍, 컨벤셔널 등 일반 융자 프로그램은 ‘Non-Assumable Loan’으로 해당되지 않는다. 군인융자인 VA(Veterans Affair) mortgage만 적용된다. 즉 현재 셀러가 갖고 있는 군인융자(VA)로 집을 구매해야 한다.바이어가 현역 또는 퇴역 군인일 필요는 없다.
어슈머블 론을 적용 받으려면 셀러와 셀러의 대출 기관 모두 이를 승인하고 에스크로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해 자격 심사도 받아야 한다. 대출을 승인받는 시간 은 일반 대출에 비해 더 걸린다. 이밖에 셀러는 어슈머블 론으로 대출을 넘길 경우 다시 이를 사용해 주택을 구매하기 어렵다.
다시 최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이자율, 잔액 그리고 대출 기간을 그대로 넘겨 받았지만 이는 기존 주택을 처분한 금액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 오히려 유동 자산은 늘었다. 자신과 아내 모두 재택근무 형태(파트타임)로 일정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좋은 직장을 얻은 자녀들도 때마다 용돈을 보태주니 이제 한가로운 은퇴생활을 즐길 일만 남았다.
최 씨 부부의 사례처럼 최근 어슈머블 론을 활용한 주택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오픈하우스를 알리는 광고에서도 어슈머블 론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광고가 자주 눈에 띤다.
모기지 관련 업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어슈머블 론을 활용하는 비율은 지난해 대비 67%나 늘었다. 비교 대상을 2021년으로 확대하면 증가폭은 무려 두배에 달해 100%를 넘기고 있다.
군인 출신으로 다수의 어슈머블 론 거래를 성사시킨 한 브로커는 “앞으로 금리가 5~6%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전망이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예상일 뿐 보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어슈머블 론을 통해 이 보다 2~3% 낮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면 그 금액차는 막대한 수준이다. 단 잔액이 그대로 적용되고 상환 기간의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낮은 이자율에도 월 페이먼트와 다운페이먼트는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바이어가 어느 정도 목돈이 있거나 수입에 여유가 있는데 이사를 원한다면 어슈머블 론은 최선의 선택일 듯하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