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과학 영재고 출신은 공대말고 의대에만 간다?”
과학 영재고등학교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한 과학영재고의 경우 졸업생의 절반 가량이 의대에 진학할 정도하다. 과학강국 도약을 위한 과학 영재 육성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영재고 졸업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우리사회의 의사 선호와 수입 등 사회문제와 맞물려 있지만, 조기 졸업 가능 여부 등 제도적 요건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학고 졸업생과는 달리 영재고는 카이스트(KAIST) 등 명문과학대 진학을 위한 조기 졸업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영재고 학생들도 조기졸업을 통해 의대가 아닌 KAIST와 같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진학해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게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2025년 제1회 국무회의에서 4대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의 학사규정 및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과학영재 발굴·육성 전략’의 후속 조치로서, 그간 불가능했던 과학영재학교 재학생의 과학기술원 조기 진학을 허용하는 신규 제도다. 기존 각 과학기술원의 과학영재선발제도를 통해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현행 고등학교 2학년 수료 예정자 외에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영재학교의 재학생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반고, 과학고의 학생에게만 부여됐던 과학기술원 조기 진학의 기회가 영재학교 학생에게도 부여되며, 진로 설계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KAIST 등 과학기술원의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동 제도가 활용될 수 있도록, 4대 과학기술원 및 8개 영재학교 등과 협의를 충분히 진행, 2024년 4월 발표 예정인 각 과학기술원의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에 관련 사항을 반영할 계획이다.
KAIST 전산학부 학생들의 연구실습 모습.[KAIST 제공] |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25학년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으로, 2023년에 입학한 학생부터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외의 7개 영재학교는 동 제도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추후 논의 및 협의를 통해,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과학고의 조기졸업 제도가 교육과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의 문제로 이어졌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러한 상황이 답습되지 않도록, 각 과학기술원이 세심하게 과학영재선발제도를 운영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학기술분야에 특별한 능력을 갖춘 과학영재가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에 속진 과정으로 진학하는 것은 우수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탁월한 인재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우려사항을 사전에 대비하여, 부작용 없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