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정치적·이념적 진영을 떠나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는 공통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기득권 양당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혐오와 증오를 유발시키는 극단의 대립 정치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다당제를 지향하는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극단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진다.
3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피습 사건을 두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문제의식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유되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떤 경우라도 이러한 폭력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신속한 진상파악과 치료 지원을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수사 당국은 총력을 다해서 엄정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당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용서받지 못할 테러행위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을 떠나 신당 창당을 추진하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피의자를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습 사건의 뿌리를 현재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찾고 있다.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과 혐오를 토대로 ‘대립 정치’가 보편화되면서 정치인 테러라는 극단의 폐해가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거대 양당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척결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 속에 폭력마저 용인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이번 사건이 추가적인 증오와 혐오를 나을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이어진다. 개인 차원의 병적인 범행이라기보다 팬덤 정치에 기반해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폭력적으로 드러낸 ‘정치 테러’ 성격이 짙은 만큼 진영간 대립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과거 정치인 테러 사례와 다르게 특정 정파의 강성 지지자 범행일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는만큼 우려는 더욱 크다. 피의자가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는 정황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제는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데 이게 중요하다”며 “민주당 당원이라면 민주당 내부의 싸움이 격해지거나 비명계 목소리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범인이 국민의힘 쪽이면 문제가 또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정치를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피습 사건과 관련해 “여야가 소통하고 대화와 타협한 뒤 도저히 안되면 자기 주장을 다수결로 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 그런데 여태 소통이 없고 ‘검투사 정치’를 해왔다”며 “로마 원형 경기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정치를 해 왔으니까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