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에 증권거래세도 손보나

정부가 국내 주식 투자로 얻은 시세 차익에 대해 매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발표하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셈법이 복잡해졌다. 주식 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다른 세금을 증세하거나 증권거래세를 조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만큼, 시장에선 오히려 거래세 부담이 높아지는 ‘조삼모사’가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식화=정부가 폐지하겠다는 밝힌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처음 등장했고, 당초 기재부는 2023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2022년 금투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여야는 그해 말 금투세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대신에 여야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세수가 줄어들더라도 향후 금투세를 도입하면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던 셈이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0%로 인하됐고 올해(0.18%)와 내년(0.15%)까지 꾸준히 내린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금투세 폐지 추진’까지 깜짝 발표하면서 시장은 금투세와 연계된 증권거래세 개정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투세 밀접한 거래세도 손보나=전날 ‘금투세 폐지 추진’ 소식에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거래세는 다시 올리는건가?’, ‘금투세폐지·(소액주주 친화)·상법개정·거래세 인하 3종 세트가 필요하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이참에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에 이어 금투세 폐지, 거래세 인하까지 ‘주식 세금’ 3종 세트를 모두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양도소득세로 과세한 상태에서 증권거래세까지 부담하게 하는 ‘이중과세’라는 지적에서다.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세 인하를 요구해온 것은 미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들은 증권거래세 없이 시세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또 증권거래세는 양도차익이 아니라 양도가액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는 손익 여부와 관계 없이 거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즉,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이득을 본 투자자보다 더 많은 거래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2017년 기준),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이득을 본 경우보다 10만원 정도 거래세를 더 부담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문제는 거래세까지 폐지한다면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걷기로 한 금투세 관련 세목이 없어질 경우, 이를 메울 세수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수만 생각하면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를 철회하거나 오히려 인상하는 게 맞지만 ‘소액주주 친화’라는 기조 아래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개편은 검토와 점검이 필요한 주제”라며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짚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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