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나르왈(Narwal)은 지난해 11월부터 배우 임시완을 모델로 기용해 처음으로 국내 TV 광고를 시작했다. [유튜브 'Narwal']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최근 로봇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똑똑한 가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침투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가전은 가성비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로봇청소기는 상황이 다르다. 가격이 200만원에 육박할 만큼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고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한 국내 가전시장에서 유독 강세를 띠며 안방을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까지 선보이며 국내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나르왈(Narwal)은 지난해 11월부터 배우 임시완을 모델로 기용해 처음으로 국내 TV 광고를 시작했다. [유튜브 'Narwal'] |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나르왈(Narwal)은 지난해 11월부터 배우 임시완을 모델로 기용해 처음으로 국내 TV 광고를 시작했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 게재된 광고 영상은 두 달 만에 조회수 173만회를 넘어섰다.
나르왈은 임시완을 앞세워 먼지흡입과 물걸레질이 한 번에 가능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격은 169만원이다. AI 알고리즘으로 더러운 곳을 알아서 인식해 재청소하는 ‘오수 인식 시스템’을 차별화된 특징으로 내세웠다.
중국 로봇청소기 1위 에코백스(ECOVACS)는 2021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배우 현빈을 기용한 광고로 이름을 알렸다. [유튜브 '에코백스 코리아'] |
중국 로봇청소기 1위 사업자로 꼽히는 에코백스(ECOVACS)는 나르왈보다 앞선 지난 2021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배우 현빈을 기용한 광고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에서 가진 비전 선포식에도 현빈을 등장시키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150만원 대의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고가 프리미엄 로봇청소기에 대한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중국발 지각변동은 약 4년 전부터 감지됐다. 중국 기업들은 먼지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한 대로 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을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먼저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2020년 11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중국 로보락(Roborock)은 2021~2022년 국내에서 올인원(흡입+물걸레)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차며 토종 브랜드를 제쳤다.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고가 전략을 고수한 결과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점차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로보락(Roborock) 로봇 청소기. [로보락 제공] |
특히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강력한 먼지 흡입력은 물론 물걸레의 냄새와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한 자동세척 및 열풍건조 기능까지 모두 갖춰 집안일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신종 가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수 가전에 들지 못했지만 AI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15년 8억100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2025년 49억8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특히 중국 브랜드들이 안방까지 파고든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9일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처음으로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를 선보이기로 했다. 중국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올인원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올인원 청소기는 아니지만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R9’과 물걸레 전용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M9’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