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도입된 기준판매비율제도에 따라 국내 주류업체들이 출고가를 내리면서 작년 11월 2000원대를 돌파했던 편의점 소주 가격이 다시 1000원대로 돌아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된 모습 [뉴시스] |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진로이즈백 등 소주 판매가가 2일부터 200~300원 인하됐다. 정부가 1월부터 실행하는 기준판매비율제도에 따라 주류업체들이 출고가를 내린 영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이날부터 병당 가격을 소폭 인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000원대를 돌파했던 소주 가격은 다시 1000원대로 돌아왔다.
하이트진로 참이슬(360㎖) 한 병의 판매가는 2100원에서 1900원으로 200원(9.5%), 진로이즈백(360㎖)은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9%) 내렸다. 무학의 좋은데이(360㎖)는 2100원에서 1900원으로 200원(9.5%) 인하했다.
이런 변화는 1일부터 적용된 기준판매비율 제도에 따른 것이다. 소주 가격은 지난해 11월 주류 업체의 가격 인상 발표로 ‘편의점 소주 2000원 시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국산·수입 주류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기준판매비율로 가격 정책이 변했다. 기준판매비율은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되는 비율이다. 맥주를 제외한 주류의 세금 부과 기준은 소주 22.0% 위스키 23.9%, 리큐르 20.9%, 일반 증류주 19.7%, 브랜디 8.0% 등으로 낮아졌다. 특히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소주의 공장 출고가는 최대 10.6% 내려갔다. 세금 인하 효과로 하이트진로, 대선주조, 롯데칠성 등 주류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선제적으로 소폭 인하한 가격으로 제품을 출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한 후 정부 정책 시행에 따라 올해 10.6%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반출가격을 1월부터 처음처럼(360㎖)을 6.8%로, 새로(360㎖)는 8.9%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출고가를 4.5%를 낮췄다.
가격 인하 비율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이는 가격 인상 시차의 차이로 생긴 일종의 착시 효과이다. 두 회사 모두 가격 인상 전 2023년 가격(11월 전) 기준으로는 올해 1월 소주 출고가는 하이트진로(참이슬 후레시)가 52.2원,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가 52.9원 내리게 됐다.
편의점에서 시작된 ‘소줏값 1000원대’ 바람이 소매업소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주류 가격이 인건비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이윤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음식값을 올리는 대신 주류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물가 인상에 대응하는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소주를 병당 6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술값은 유통 비용을 넘어 기타 마진이 반영된 경우가 대다수”라며 “경기 상황과 자영업자 움직임의 영향이 큰 만큼 소줏값 인하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