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미국의 최고 명문 하버드대학교의 첫 흑인 총장이 논문 표절 의혹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反)유대인 논란에 이은 구설수로 하버드대 ‘최단기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버드대는 임시 총장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학자를 임명해 또다시 논쟁의 소지를 남겼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은 2일(현지시간)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개서한에서 “내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학교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명확해졌다”며 “학교 이사진과 상의를 통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부터 과거 발표한 논문에서 표절 증거가 발견됐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하버드대는 당초 게이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 2편에서 인용 표시가 불충분한 부분이 발견됐다면서도 ‘문제가 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게이 총장을 옹호했으나 새해 들어 추가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결국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게이 총장은 앞서 반유대인 논란도 일으켰다. 지난달 5일 연방 하원이 아이비리그 대학교의 유대인 혐오 여론과 관련해 개최한 청문회에서 그는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에 대한 질의에 대해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답해 보수층의 반발을 샀다.
미국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인 게이 총장은 지난해 7월 흑인 최초로 하버드대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5개월여 만에 퇴진하게 됐다. 하버드대가 1636년 개교한 이후 최단기 기록이다.
그는 서한에서 “내 임기는 짧았지만 인류애에 대한 탐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들이 다시 인식하게 된 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후임 총장이 결정될 때까지 임시 총장으로 앨런 가버 교무처장을 임명했다.
가버 임시 총장은 지난해 10월 하버드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서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대 성명 내용에 실망했다면서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더욱 강력한 비판을 담은 추가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가버 임시 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하버드대가 분열됐다”며 “폭발력이 있는 민감한 상황이고, 많은 사람이 애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