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8명,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이었다. 1971년 102만명이던 출생아가 50년 만에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해외언론까지 나서서 ‘흑사병 때보다 심한 인구감소’라 표현할 정도로 상황은 엄중하다.
지난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 추세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출산율이 2023년 0.72명, 2024년 0.68명, 2025년에는 0.65명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2072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47.7%에 달해, ‘성인 둘 중 한 명’은 노인이 될 전망이다.
저출산은 경제·사회의 구조적 요인 뿐 아니라 심리·문화적 요인까지 작용하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저출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도 과감한 정책과 함께 모든 사회 구성원이 노력해 아이들과 양육에 친화적인 문화로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확산되고 있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은 우리가 노력해야 할 양육 친화 문화에 반대되는 현상이다. 노 키즈 존은 사업주의 결정에 따라 사업장 공간 전부 또는 일부에 아동의 출입 및 이용을 제한하는 사업장이다. 아이들이 “너희들은 들어오면 안돼”라고 거절을 당하게 되면, 사회의 환대를 받으며 성장하는 대신 차별과 혐오의 정서를 먼저 느낄 수 있다.
지난 8월 아동 대표가 모여 정책 요구사항 등을 결의하는 아동총회에서는 결의문의 첫 번째 조항으로 ‘아동을 차별하는 노 키즈 존 철폐’가 채택됐다. 아이들이 노 키즈 존으로 인해 겪는 배제나 차별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에 관한 실태와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부모들은 노 키즈 존과 관련해 일부 아이의 부주의하고 소란스러운 행동으로 겪는 사업주와 고객의 불편을 이해하면서도, “공공예절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모든 아이까지 출입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업주는 “업장 내에서 아동의 소란스러운 행위에 따른 다른 부모나 고객과의 마찰, 아동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사업주의 과도한 배상책임 부담 때문에 노 키즈 존을 운영하게 됐다”고 답했다.
결국 노 키즈 존을 둘러싼 갈등은 누구의 어떤 권리가 우선하는지 논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금 더 ‘배려’하는 것으로 해결해가야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공공예절을 알려주고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으며, 주인이나 다른 손님에 폐를 끼쳤다면 사과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사업주는 업소를 찾는 아이와 부모를 반갑게 맞이하고, 아이가 위험할 수 있는 공간을 사전에 안내하면 좋겠다. 다른 고객은 아이가 예절을 배우는 과정에서 다소 서툴러도 이해하고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노 키즈 존을 규제 같은 강제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따스한 환대를 느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아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출산이나 양육을 기피하는 현상도 줄어들고 사업장의 운영도 한층 지속가능해진다.
새해에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공공예절을 올바르게 교육받고, 사업주는 미래의 고객인 아이들을 좀 더 배려해주며, 나아가 모든 국민이 아이를 따스하게 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양육친화적 사회가 찾아오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