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일본항공(JAL) 소속 항공기가 불에 타 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전날 일본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 직후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MA722편)와 충돌,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이 숨졌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꼽힌 관제사와 항공기 조종사 간 교신 기록을 일본 국토교통성이 3일 공개했다고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언론에 공개된 교신 기록에 따르면 하네다공항 관제사는 먼저 JAL 여객기에 착륙을 지시했고, 이후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주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JAL 여객기는 지시에 따라 착륙을 시도했고,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활주로 정지 위치로 가고 있다”고 관제사에게 답했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이륙을 염두에 두고 방향을 틀어 JAL 여객기가 착륙하던 활주로에 진입했고, 두 항공기가 부딪치면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국토교통성은 “교신 기록을 보면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해 활주로에 진입하라는 허가가 없었다”며 “현시점에서 관제사의 지시는 적절했다고 판단된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JAL 기장 출신 항공 평론가는 교신 기록에 남은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 간 대화에 대해 “서로 오해를 살 만한 용어는 쓰지 않았다”며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착각해서 (활주로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379명을 태우고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에서 이륙한 JAL 여객기가 전날 오후 5시 47분께 하네다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에 따르면 JAL 승무원은 회사 조사에서 "착륙 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복창했고, 착륙 조작을 실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승무원은 출발과 운항 중 기체에 이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은 사고 직후 “관제사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교신 기록을 보면 해상보안청 쪽 과실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일본 당국이 이날 착수한 조사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연간 이용자가 6000만명에 이르는 일본 최대 규모 공항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하네다공항 활주로 상황과 불에 탄 JAL 여객기, 해상보안청 항공기 동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경찰은 위원회와는 별도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염두에 두고 활주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JAL 여객기는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한 뒤에도 약 1㎞를 더 전진한 뒤 멈췄고 기체는 화염에 휩싸였다. 해상보안청 항공기에서도 불이 일었다.
JAL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379명은 오후 6시 5분께 전원 탈출했으나,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는 6명 중 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JAL 여객기 탑승자 14명과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기장 1명 등 15명으로 파악됐다.
해상보안청 항공기에서 난 불은 전날 오후 8시 30분께 꺼졌다.
JAL 여객기는 이날 오전 2시 15분께 진화 작업이 완료됐고, 날개 부분을 제외한 기체 대부분이 잿더미가 됐다.
충돌 사고가 발생한 하네다공항 활주로는 여전히 폐쇄돼 이날도 이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100편 이상이 결항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네다공항 활주로 운용 재개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