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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랠리를 이어온 국내 증시가 새해 들어 등락폭을 키우면서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기대감과 달리 금리인하 시기상조론이 불거진 데다 미국 나스닥 기술주들에 대한 부정적 전망 여파도 직면했다. 증권가에선 과열됐던 주가 조정으로 인한 단기 변동성 확대란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2.34% 떨어지면서 두 달 전(2023년10월26일) 2.71%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11시22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대비 0.9% 내려간 2583.72을 나타내며 2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2일 2669.81을 기록하며 1년 7개월 전 2669.66(2022년 5월30일) 이후 고점을 찍었던 상승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기관이 대거 매도하고 개인 투자자는 대거 매수하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1조2556억여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같은 대규모 매도는 하루 만에 1조7076억 원어치를 팔았던 지난 1년 9개월 전(2022년3월24일)이후 처음이다. 불과 2주 전(2023년12월20일)만 해도 1조602억 원 가량 순매수했던 수급 흐름이 뒤바뀐 것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055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432 억여 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증시도 새해 들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84.85포인트(0.76%) 하락한 3만7430.1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8.02포인트(0.80%) 내린 4704.8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3.73포인트(1.18%) 떨어진 1만4592.21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은 전날 상승마감에서 뒤집혔고, S&P500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은 이틀 연속 1% 이상 떨어졌고 4거래일 연속하락세를 지속했다.
애플을 비롯한 기술주 상위 7개사 ‘매그니피센트7’도 하락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닷컴·알파벳·메타·테슬라·엔비디아 등 7개 종목은 지난해 급등세가 꺾이며 연말·연초 4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이들 종목의 4일 연속 하락은 최근 한 달 사이 처음이다.
특히 대장주 격인 애플의 하락은 지난 2일 영국계 바클레이스(Barclays)의 부정적 평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팀 롱 바클레이즈 분석가는 중국 내 아이폰15 판매 부진 등 이유로 투자 의견을 종전 ‘중립(neutral)’에서 매도에 해당하는‘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했다. 지난 4거래일 동안 8.8%가량 주가가 하락한 테슬라는 경쟁사 중국 비야디(BYD)에 분기 기준 1위를 빼앗긴 영향을 받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MS는 소폭 하락하며 선방했지만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오픈AI와의 실질적 관계를 두고 합병인지 조사에 착수하는 등 규제 리스크도 불거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랠리가 꺾였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장기적 침체라기보다 숨고르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존 스톨츠퍼스 오펜하이머 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지난해 4분기 수준의 상승세를 소화하기 위해 시장이 잠시 주춤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며 “사실 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시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증시는 높은 금리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악재에도 불구 3대 지수 모두 연간 기준 큰 폭으로 상승마감 했다. S&P500은 연초보다 24.4% 상승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7%, 나스닥은 43.6% 올랐다. 이들 지수 모두 9주 연속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갔던 만큼 조정기라는 진단이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그룹 수석 전략가도 “랠리 이후 시장이 가라앉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랠리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요인이 없다면, 이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에 주가가 급격히 오른 점과 올해 국내 기업 실적 가시성, 미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 연기 여부 등 두 가지 불확실성 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지 (국내)주식 시장의 상승 탄력은 약화를 예상한다”고 했다.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당순이익(EPS)와 12개월 선행 EPS와 간극은 2021년(3300포인트) 이후 최대치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상승 탄력은 더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번주 발표를 앞둔 12월 미국 ISM 제조업 지수와 12월 고용보고서에서 경제 지표가 예상치처럼 양호하다면 3월 금리 인하 기대감도 축소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