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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에게 습격을 받아 부상을 입은 거위 [KAIST 제공]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이게 무슨 일이야”
겨울 눈이 KAIST 교정을 소복이 뒤 덮은 지난해 12월 22일. 거위에게 평소처럼 사료를 챙겨 주러 나온 허원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캠퍼스에 서식하는 거위 14마리 중 4마리가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은동산 주변 야생 동물이 습격한 흔적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지난해 12월 말, KAIST의 마스코트이자 상징인 거위가 야생 동물의 습격을 받아 학교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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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 서식하는 거위 [KAIST 제공] |
KAIST에게 거위는 특별한 존재다. 원조 ‘거위 아빠’로 불리는 이광형 총장이 유성 시장에서 처음 데려와 캠퍼스 연못에서 돌보기 시작했다. 이 총장의 각별한 거위 사랑으로 20년 넘게 KAIST 구성원과 방문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랑은 거위의 부상을 처음 발견한 허 교수로 이어지고 있다. 2대 ‘거위 아빠’로 불리는 허 교수는 거위의 부상을 발견한 직후 조경 관리실 뒤편 보호 시설로 격리 조치했다. 공격을 받은 4마리 중 1마리는 등에 상처가, 1마리는 날개에 이상을 보였다. 2마리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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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캠퍼스에 서식하는 거위 [KAIST 제공] |
허 교수와 조경팀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다리를 다친 2마리의 상태를 극진하게 살폈다. 2마리의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질 않자 연휴 후 동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 진료 결과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었지만 다리 부분에 경미한 염증이 발견됐다. 주사 접종과 약 처방을 받고 돌아온 거위는 현재 보호 시설에 회복 중이다. 다친 부분이 완전히 회복되는대로 넓은 캠퍼스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KAIST 관계자는 “병원에서 다행히 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 현재 보호 관찰 중이다”며 “거의 회복해 며칠 뒤에 방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조 ‘거위 아빠’ 이광형 총장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거위가 KAIST에 터를 잡도록 이끈 이 총장은 시간이 날 때 마다 오리 연못에 찾아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총장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KAIST 서열 1위가 거위라고 한다”며 “학교 안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거위가 지나가는 사인이 있어서 거위가 지나가면 자동차들이 다 멈춘다”고 거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