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일본항공(JAL) 소속 항공기가 불에 타 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전날 일본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 직후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MA722편)와 충돌,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이 숨졌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2일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에서 탑승객 379명 전원이 탈출하면서 승무원들이 이행한 ‘90초 룰’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여객기와 충돌한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과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하며 잿더미로 변한 일본항공(JAL) 516편에서는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비결로 ‘90초 룰’이 지목된다.
‘90초 룰’은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1967년 항공기 제조업체에 내놓은 요건으로, 이 요건에 따르면 44석 이상 모든 기종의 여객기는 90초 이내에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음을 실증해야 한다. 이는 65년 43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고 이후 마련된 기준이다.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충돌 직후 일부 승객이 “빨리 내보내달라”고 소리쳤지만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승무원 안내를 기다렸다.
비행기가 멈추는 동시에 JAL 승무원 12명이 ‘90초 룰’을 가동했다. 승무원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탑승객을 앞으로 유도하면서 “짐을 버리고 가라”고 반복해서 안내했다. 짐을 빼려고 선반을 여는 순간 탈출이 지체되고 기내 사고가 유발될 수 있다.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 승무원은 “이런 상황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그저 훈련받은 대로 했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여객기와 충돌한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탑승객은 조종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숨졌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은 사고 직전 공항 관제사와 두 기체의 교신 기록을 3일 공개했다. 항공 교통 관계 지시 녹취록에 따르면,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이륙 허가를 받지 않았으나 활주로로 진입해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국제교통성은 JAL 여객기에 대해서는 오후 5시 43분에 활주로 진입을 허가했고, 그로부터 2분 뒤인 오후 5시 45분 해상보안청 항공기에는 명확한 이륙 승인을 하지 않고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주행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여객기는 착륙을 시도했고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활주로 정지 위치로 가고 있다”고 관제사에게 답했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이륙을 염두에 두고 방향을 틀어 활주로에 진입하면서 여객기와 충돌했다.
전문가들은 한해 이용자가 6000만명에 이르는 일본 주요 공항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제관의 지시 뒤에도 활주로에 기체가 없는지 확인하고, 관제사의 지시를 복창하는 등 기본에 충실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