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 자구안을 두고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재출연 문제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재원을) 단돈 1원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주말 내로 새로운 자구안을 만들어 협의하지 않으면 추후엔 워크아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취지다. 태영건설이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워크아웃에 실패하고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설 수 있다.
이복현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출입기자단 신년인사 및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가지고 “태영건설 자구안이 아니고, 오너 일가 자구 계획이란 채권단의 의심이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오너 현금 유동자산이 있는데, 워크아웃에 단돈 1원도 포함해 제시하지 않고, 공헌할 계획도 포함치 않았다”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할 당시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말했는데, 이게 남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당연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회장 개인이 보유한 자금이 있고,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 있는데 그나마 사용한 자금도 회사 자금만 써 오너 일가 개인명의 자금이 따로 ‘파킹’된 것 아닌가 하는 채권단 의심도 있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은 전날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설명회에서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원장은 “이미 내놓은 자구안 중에서도 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약속이 안 지켜졌고, 이를 오너 일가가 필요한 부분에 쓴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다”며 “워크아웃의 대전제가 되는 신뢰 부분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에 대해서는 “외담대가 금융채권은 맞지만, 외담대가 운영되지 않으면 사업이 진행되질 않는다”며 “과거에도 전례가 있고, (외담대가 금융채권이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라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사실상의 최후통첩도 나왔다. 이번 주말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지 않고 11일 협의에 실패하면 그 다음 기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태영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은 “11일이 시한이고, 11일 당일에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동의하라고 할 수 없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그 이전에 제시돼 협의해야 하고 주채권은행도 다른 은행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일정 고려하면 이번 주말 전후한 시점을 넘으면 산은은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다”며 “혹시라도 누군가 11일 이후에 이 이슈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니고, 11일 어떻게든 끝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영 측에서 연락이 없었는데, 연락이 오면 만나지 못할 건 아닌 것 같기 때문에 연락을 달라”며 “당국의 입장이 있고 또 원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역할을 할테니 연락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