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마트 마감떨이 몰리는 청춘…밥값 40만원 지원에 “휴~”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밥먹을 돈이 모자라 라면과 편의점 폐기 음식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많다. 40만원 지원을 받은 청년들은 하루 중 최소 한 끼를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있었다거나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유명 P베이커리의 4000원대 식빵 한 봉지 가격표 앞에서 발길을 돌려 마트 마감시간의 1000원대 떨이 식빵을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 고물가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마감할인품목들이 올라오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켜보다가 폐기 직전의 도시락을 잡기 위해 달려나가는 경쟁도 치러지고 있다. 기본권 중 하나인 ‘식(食)’을 대충 배를 채우는 개념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에겐 우울한 감정마저 엄습한다.

비정부기구(NGO)인 기아대책이 한계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청년도시락’ 사업의 밥값 40만원 지원은 동아줄과도 같다. 4일 본지가 인터뷰한 기아대책의 도움으로 지난해 하반기 식비 목적의 소정의 금액을 받은 대학생 2명은 “숨통이 트인 기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2월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이지연(가명·22)씨는 “부모님 지원없이 대학 막학기에 기숙사를 나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증금 지원으로 원룸을 얻었더니 계약금과 월 대출이자, 자취 준비하는 비용이 한꺼번에 들면서 그동안 저축해둔 돈을 모조리 써서 밥 먹을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집에서 라면만 먹고, 편의점 알바하는 날엔 폐기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냈는데 사업에 선정돼 숨통이 트였다”고 답했다.

또 “평소 교내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이라 친구들과의 약속도 많이 잡혔지만 식비 부담에 거절하기 일쑤였다”며 “시간이 되는데도 돈이 없어 친구들과 못 어울리는 것이 슬펐는데 몇 번은 참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기뻤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졸업반에 재학중인 윤성호(가명, 25)씨도 40만원을 가장 필요했던 곳에 요긴하게 썼다. 윤 씨는 “근로장학생으로도 일하고 집에서 통학해 최대한 나가는 돈을 막고 있지만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실험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켜야 하는데 음식값도, 배달비도 올라 점점 버거웠다”면서 “지원받은 돈으로 전부 2000원짜리 학식 식권을 사서 한 학기 내내 점심을 먹고, 저녁값을 충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매번 바쁘다고 둘러대며 빠졌던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한 두번 나갈 수 있었다”며 “고민거리들을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단비같은 돈이었다”고 밝혔다.

NGO 기아대책의 사업에 선정된 대학생들이 식비 목적으로 돈을 썼음을 증명하며 보내온 식단 사진[기아대책 제공]

이 씨와 윤 씨처럼 지난학기 수혜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아대책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크게 세 가지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로 청년들은 하루 중 최소 한 끼를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영양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 매끼니 식비 걱정으로 학교 생활 및 교우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원금으로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식비를 벌기 위해 하루 3개 이상의 아르바이트 전선에 내몰리던 학생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2개로 줄일 수 있게 돼 학업 시간을 확보했다.

지난해 2학기 청년도시락 사업에 선정된 대학생은 여학생이 64%, 남학생이 36%을 차지했다. 학년별로는 1~4학년생이 고르게 분포했다.

수혜 대학생의 가족유형은 한부모가정(53%)이 가장 많았다.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생계를 꾸리는 학생(20%)과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학생(20%)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경제상황은 기초생활수급자가 77%, 차상위계층 17%로 도움이 절박한 처지였다. 소득이 적으니 식비에 가용할 수 있는 금액도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한달 평균 식비에 지출하는 금액은 20만~30만원 사이가 35%로 가장 많았고, 10만~20만원 사이가 24%로 2위, 30만~40만원 사이가 21%로 집계됐다. 식비를 부모님에게 전혀 지원받지 않고 스스로 충당하고 있는 청년이 81%에 이르렀다.

주거비와 학교수업에 필요한 돈에 비해 식비는 그나마 아끼려면 아낄 수 있는 영역이기에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사업 지원을 받기 전, 하루에 세 끼 또는 세 끼 이상을 먹는 대학생은 19%에 그쳤다.

거의 대부분은 두 끼(76%)만 먹는다고 응답했고, 5%는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답했다. 하루 한 두 끼만 먹는 이유는 첫째가 식비의 부담, 둘째가 아르바이트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셋째가 학교 수업에 필요한 금액 등을 우선적으로 쓰면서 식비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식비가 없으면 단순히 배를 주리는 것에 이어 학교 생활 및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청년들은 말했다.

지원을 받기전 식비부족으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에는 1위 ‘끼니 해결의 어려움’에 이어 2위는 심리적 어려움(20%)과 3위 교우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답변(9%)이 이어졌다. 식비 지원 이후에는 역시 개선된 점으로 1위가 양질의 건강한 식사(52%)였고, 2위로 심리적 안정(34%)을 얻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올해 봄학기에도 사업을 똑같이 200명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정량적인 소득기준 뿐만 아니라 긴급도를 고려해 선발할 것이다. 기초수급자가 아니더라고 급작스럽게 양친이 경제력을 상실했는지 등 세밀한 상황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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