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사회취약계층 결식 우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시작된 이후 대상자는 점점 확대됐다. 그러나 2004년 필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당시까지 낙인효과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에 성장기 모든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고, 특히 학생들의 올바른 식생활을 정립하기 위해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학교급식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9년 무상급식 법안을 대표발의하게 됐다. 지자체의 무상급식 도입은 이듬해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우리나라 최초로 정책이 이슈가 되는 선거문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한 공공급식은 군대, 복지시설 등으로 확대되며 연간 7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공공급식은 수요자의 안정적인 영양공급뿐만 아니라 지역농산물의 수요처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 중인 공공급식 식자재 전자조달시스템 또한 학교급식에 국한된 식자재 거래를 지난해부터 모든 공공급식 영역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군부대, 유치원,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등 공공급식 전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한 ‘공공급식통합플랫폼(eaT)’은 개설 1년 3개월만인 지난해 연말 역대 최고실적인 3조7천억원을 달성했다. 식재료 거래범위를 공공급식 전반으로 넓히면서 수요처가 대폭 늘어났고, 2010년 학교급식 식자재 거래실적과 비교하면 연간 실적이 95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 공공급식 시장의 52%로, 국내 공공급식 식자재의 절반 이상이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공공급식의 질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을 통해 급식 수요기관은 입찰·계약·정산 등 식재료 관련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공급식지원센터도 계약재배, 재고관리, 품목별 유통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아 지역농산물을 더욱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식재료 거래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면 급식 수요기관들이 신선하고 건강한 우리 제철 농수산식품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식재료 안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이 제공하는 식품안전정보를 자동 연계해 행정처분업체는 즉시 시스템 이용을 제재하는 등 세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직 영양사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식단과 레시피도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통합플랫폼의 식단관리 프로그램은 1,200개가 넘는 성인·군인·유아·노인용 식단과 5,500개 이상의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통합플랫폼의 성공사례는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대만 국회의원과 농업위원회, 교육청, 급식연합회 등에서 국내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고, 연말에도 중국 식음료기업에서 우리나라의 선진 급식운영체계를 살펴보기 위해 공사를 방문했다. 대만의 천페이위 의원은 “공사로부터 급식시스템 노하우를 전수받아 대만에도 대한민국의 사례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공공급식과 국민 식생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급식은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이제 국민들의 영양공급과 건강, 식문화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공공급식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급식 식재료 거래에서부터 시작된다. 건강한 거래 시스템이 건강한 급식을 만들고, 건강한 공공급식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든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