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벌려다 1억 물겠네” 경복궁 낙서범들에 배상 청구한다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범행 사흘 만인 19일 경찰에 붙잡혀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이 19일만에 복구 작업을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담장을 복구하는 비용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당국은 담장을 훼손한 이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4일 오전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16일 낙서로 훼손된 담장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지 19일 만이다.

그동안 전문가 수십명은 낙서 흔적을 지우는 데 주력해왔다. 응급 처치를 마친 현재 복구는 80% 가량 진행됐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담장에 임시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16일 경복궁 담장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보존 처리 전문가들과 낙서 제거 작업을 해왔다. [연합]

문화재청은 낙서를 한 당사자에게 복구 작업에 들어간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어길 경우 원상 복구를 명령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해 관련 규정을 마련한 이후 첫 사례다.

고정주 경복궁관리소장은 "보존 처리를 담당한 전문 인력과 가림막 설치를 담당한 직영보수단의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1억여 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총 8일간 낙서 제거 작업에 투입된 인원과 작업 기간을 계산한 연인원은 234명, 하루 평균 29.3명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유산 분야에서 인력이나 장비 가격을 산정할 때 참고하는 '문화재수리 표준 품셈' 등을 고려하면 보존과학 분야 인력의 하루 일당은 31만원이라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스팀 세척기,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 장비를 빌리는 데 946만원이 쓰였고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 용품 비용으로 약 1207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낙서 흔적을 지우기 위한 물품 비용만 2153만원이 쓰인 셈이다.

지난달 16일 최초 낙서를 한 10대 미성년자 2명, 그들에게 범행을 지시했으나 아직 붙잡히지 않은 교사범, 17일 추가 범행을 저지른 20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경복궁 담장 낙서는 지난해 12월 16일 발견됐다. 스프레이 래커로 '영화 공짜'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경찰은 임모(18) 군과 여자친구 김모(17) 양이 낙서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체포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낙서를 부추긴 교사범을 추적 중이다.

또 낙서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스프레이 래커로 역시 경복궁 담장에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 설모(29) 씨는 구속돼 최근 검찰로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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