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오너 경영’ 마침표…한앤코 “새로운 남양유업 만들겠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서울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지난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2세 경영을 넘기지 못한 채 60년 만에 막을 내렸다.

4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한앤코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해 남양유업의 임직원과 경영 개선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앤코가 앞서 남양유업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영권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구성원 모두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의 정상화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식양도 소송과 별개로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회사 매각 계약이 무산된 책임을 지라며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22년 1심에서 패했다. 한앤코도 2022년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과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家) 이슈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실적 개선도 시급하다. 남양유업의 연간 매출은 지난 2020년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는 1~3분기에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경영권 매각의 시작점이 된 홍 회장과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21년 시작됐다. 남양유업이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다.

문제가 커지자 홍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앤코와 계약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행을 미룬다며 2021년 8월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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