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마르코스의 자동차 대리점에 쉐보레 차량이 전시돼 있다. [사진=Getty Images via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할 경우 미국의 전기차 판매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자동차업계가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 제이콥슨 제너럴모터스(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IRA는 판매를 촉진시켜 전기차 시장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왔다”며 “갑자기 IRA가 사라지면 전기차는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두 개의 공장을 두고 있는 일본 자동차 제조기업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는 “IRA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전기차 보급은 IRA 같은 법안이 있을 때 훨씬 더 유망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IRA는 특정 부품이 미국이나 미국의 무역 동맹국으로부터 공급되는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미국 내 전기차 제조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법의 시행으로 배터리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FT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시 IRA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자국 내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관대한 세액 공제가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돼왔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IRA가 폐지될 경우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이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의 IRA 정책에 대응해 미국 시장에 거액을 투자한 한국 등 외국 기업도 투자 위험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트로이 스탠가로네 한미경제연구소(KEIA) 선임국장은 “미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IRA가 통과되기 전부터 장기적으로 미국 전기차 전환에 베팅했고, 최근 1년간의 추가 투자 중 일부는 IRA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 전환을 이끌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전기차 판매 속도가 정체되면서 투자 중 일부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모두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북미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다.

스탠가로네 국장은 “IRA 조항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무력화될 경우 공화당 정치인들은 IRA 관련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공화당 우세 주의 유권자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해야 할 질문은 자신들이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의 창시자가 되기를 원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