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요정’ 대신 ‘가상인간’…대한항공, 과감한 모델교체 나선 이유는?

가수 보아(왼쪽)과 대한항공의 새 기내 안전 비디오 모델 리나. [대한항공 영상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대한항공이 4일 가상인간을 모델로 채용한 새로운 기내안전 비디오를 공개했다. 앞서 기내안전 비디오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들을 모델로 세웠던 것과는 상반된 전략이다. 이는 항공 소비자 스펙트럼을 고려한 ‘취향 보편성 확보’ 차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기내 안전비디오의 안전수칙 안내 모델로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의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리나(Rina)’와 4인조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가 출연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을 착용한 리나가 비행기 날개와 창문을 모티브로 한 ‘대한항공 세이프티 라운지(Safety Lounge)’를 배경으로 다양한 기내 안전수칙을 설명하면, 승객 역할인 메이브 멤버들이 안전 수칙을 따라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상영된 영상에서는 리나가 맡았던 안전 안내 역을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원조 국민요정’ 보아가, 메이브 맴버들이 맡았던 승객 역할을 백현·태민·카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슈퍼엠 맴버들이 담당해왔다.

실제 아이돌 모델 전부가 버추얼 휴먼으로 변경된 셈이다.

버추얼 휴먼이 출연하는 영상에는 기내 안전 비디오는 휴대 수하물 보관, 좌석 벨트 착용법, 비행 중 사용 금지 품목, 기내 금연 고지, 객실 기압 이상 시 요령, 비상구 위치, 구명복 착용법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영상 속 리나는 “좌석 벨트 사인이 꺼지더라도 항상 벨트를 매달라”고 안내 수칙을 설명한다. 특히 리나는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에서 안전 훈련을 이수하고 명예승무원으로 임명된 바 있어, 승무원들의 전문성과 노고를 반영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안전 비디오 갈무리. [대한항공 제공]
ANA의 기내 안전 비디오 영상 갈무리. [ANA 유튜브]

항공사 기내 안전 비디오에 버추얼휴먼을 출연시킨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최근 우리 항공업계의 수요 고객을 타게팅한 모델 교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류스타를 모델로 사용할 경우, 실제 K컬쳐를 즐기는 10~20대 팬 계층에서는 호응도가 높을 수 있지만, 반면에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호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기내 안전 영상이 승객들에게 다양한 안전수칙을 전달하는 목적인 만큼, 승객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우리 IT업계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버추얼 휴먼 열풍을 반영하는 모델교체이기도 하다. 실제 IT업체들이 개발하고 내놓은 여러 버추얼 휴먼들은 광고 영상이나 음원 등에 투입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버추얼 휴먼을 광고 영상에 차용한 것은 국제적으로 ‘변화가 빠른 국가’라는 인상이 강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에도 걸맞은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국적항공사들은 기내에 상영하는 안전 영상을 통해서 항공사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사’다. 에어프랑스는 ‘식도락 국가’로 정평이 난 프랑스의 다양한 식문화와 식재료, 또 다양한 자연환경을 안전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일본의 ANA도 일본탈과 일본의 고전 연극인 노가쿠를 콘텐츠 삼은 안전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에어프랑스의 기내 안전 연상. [에어프랑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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