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이 저술한 '미래의 기원'을 읽고 있다.[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갖고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가는가? 아니면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역사가 만들어지는가?”
대한민국 대표 미래학자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의 물음은 여기서 시작했다. 매일 쏟아지는 신기술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국제 정세 속에 미래의 모습을 짐작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이 총장은 5년 간 자연과학·인문학을 폭넓게 분석해 도출해 낸 혜안을, 저서 ‘미래의 기원’에 담아 출간했다.
이 총장은 인간의 역사와 미래를 환경적 요소와 함께 고찰하는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문명의 발달,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변환기에 접어든 오늘날까지 역사의 분기점에는 환경의 힘이 작용했다”며 “환경의 맥락 속에 인간의 선택을 살필 때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지고 외부환경적 요소를 제외한 역사 연구와 미래 예측은 온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 간 미래를 연구해온 이 총장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오늘의 인류를 있게 한 빅히스토리에서 찾았다.
그는 역사 속에 일어난 환경(도구)과 인간(사상)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역사의 인과관계를 보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를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자연과 시대의 환경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적응한 자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기원’에는 이러한 관점으로 그가 분석하고 정리한 우주와 인간의 역사 그리고 미래 문명사가 담겨 있다.
'미래의 기원' 표지.[KAIST 제공] |
‘미래의 기원’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초점을 둔 다른 역사서와 달리 자연적·시대적 환경과 이에 대한 인류의 반응, 그 관계성에 주목한다. 우주와 지구에서 생긴 물리적 변화, 대기 변동에 따른 생명체의 출현과 인류의 진화 과정, 자연 변화와 함께한 문명 발달,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또 다른 변환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분석이 담겼다. 대변혁이라 일컬을만한 역사의 분기점에는 환경의 힘이 늘 작용했고, 환경과 조건의 맥락 속에 인간의 선택을 살필 때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고 이 총장은 강조했다.
이 총장은 또 이 원리를 적용해 미래를 예측하면,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총 3부에 걸쳐 구성된 이 책은 1~2부에 환경의 맥락 속에 재조명된 우주의 기원과 인류 역사의 분수령을 살피고, 뒤이어 3부에서 이 같은 원리로 향후 100년에 걸쳐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이며 여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한편, 이 총장은 남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미개척지에 길을 내는 선각자로 살아왔다. 1990년대 많은 제자를 국내 1세대 벤처 사업가로 길러냈고, 2000년대엔 KAIST 최초의 융합학과를 만들었다. 2010년대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교육기관을 설립했다. 미래 전략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이 총장은 더 많은 이가 미래적 관점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5년에 걸쳐 이 책을 집필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더 명확하게 환경을 파악하고 더 지혜롭게 반응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