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원 2명이 전날 이란 남동부 케르만 묘지에 모여 솔레이마니 사망 4주년 추모식을 진행하던 군중 속에서 폭발물을 터뜨렸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폭발로 현재까지 최소 84명이 숨지고 284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역시 이날 IS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를 인용해 두 명의 IS 대원이 폭발물 조끼를 입고 범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앞서 매체는 폭발의 충격으로 크게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자살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도 IS를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IS가 이란 공격 배후를 자처한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극단주의 수니파 테러 조직 IS는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해 ‘시아파 맹주’ 이란에 적대적이다. 지난 2017년 6월에는 이란 테헤란의 의회(마즐리스) 의원회관과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 침입, 총격을 가해 민간인 18명을 살해하는 대규모 테러를 벌여 이란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고, 이란 역시 IS를 극단주의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중동 내 IS 소탕 작전에 앞장서기도 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중심으로 보면 IS와 이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IS는 같은 수니파 계열의 무장정파 하마스에 우호적이고, 이란은 하마스의 가장 큰 후원 세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애런 젤린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에 본부를 둔 IS-호라산(IS-K)은 배교자로 여기는 시아파에 악의적인 증오심을 품고 있고 수년 동안 이란에 위협을 가해 왔다”며 이들이 이번 테러를 주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의식한 듯 IS는 이날 성명에서 하마스를 향해 “시아파 단체와 협력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전쟁 국면에서 이란, 헤즈볼라 등 시아파 진영의 후원을 받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IS는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종교 전쟁’으로 칭하며 “이슬람의 사자들이여, 미국과 유럽과 세계의 거리에서 유대인과 기독교인, 그리고 그들의 동맹으로부터 먹잇감을 사냥하라”고 공격을 촉구했다. 이어 “어려운 목표보다 쉬운 목표를 먼저 달성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군대보다 시민을, 다른 것보다 회당과 교회 같은 종교적 목표물을 먼저 공격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IS의 세력이 과거 전성기에 비해선 현격히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 잔당 세력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테러를 당한 이란은 강력한 복수를 경고했다.
모하마드 모흐베르 이란 제1부통령은 기자들에게 “솔레이마니 병사들의 손에 의해 매우 강력한 보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라임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범죄”라고 비난했으며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도 복수를 다짐했다.
이란 당국은 이번 테러의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리는 5일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을 요구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