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에서 북측 관계자(붉은 동그라미)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시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개성공단의 관리 및 운영 업무를 맡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하 재단)이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8년 만에 지원 기구를 해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재단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여건이 돼 해산하는 것이고, 필요하면 다시 설립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 폐쇄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남한 내 개성공단과 관련된 별도의 기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개성공단이 2016년도에 가동 중단되고 7년 이상 장기화가 되면서 정부는 재단 운영의 효율성과 현재 개성공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에 근거해 2007년 12월31일 설립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인허가, 출입경, 노무, 시설관리 등을 지원해왔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언급하며 크게 질타한 이후 통일부 조직개편 등 조치의 연장선이다. 재단 해산은 지난해 말 결정됐으며 당국이 이날 공식화 한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 등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적으로 재단이 하고 있는 개성공단 개발 및 운영 지원 업무는 사실상 수행하기 어려워졌다”며 “북한이 공단 내 우리 재산권 침해 행위가 가속화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당초 재단이 수행할 본연의 업무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2023년 기준 역 70억원 가량 정부 예산이 재단 운영경비로 사용됐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 약 584억원이 소요됐는데, 80%가 인건비 및 기본경비 등 경직성 경비로 집행됐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당국자는 “정부 재정의 재단 투입에 대한 비효율성에 대해 국회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지적이 계속돼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단 해산 절차에 착수했다. 재단 해산 근거는 민법상 ‘재단법인 해산 규정’을 준용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해산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해산 시 잔여재산 등이 국가에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법상으로도 재단 해산이 가능함을 전제하고 있는 석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은 해산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해 해산 사유를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이사회의 재적이사 3분의2 찬성으로 해산을 의결하고 청산인을 선임한다. 해산 후 재단은 청산법인으로 전환해 최소 규모로 운영한다.
기업 등기처리 및 민원 등 재단의 업무는 공공기관으로 이전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업 지원 업무는 국가가 위탁받아 다시 공공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관한다”며 “업무 이관을 하려면 시행령 변경이 필요해 입법 예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월쯤 시행령이 개정된 즉시 재단 해산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재단에는 55명 정원 중 41명이 근무하고 있다. 재단이 해산되면서 직원들의 근로관계 문제가 남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5명 내외의 인원을 청산 법인 업무를 위해 배정하고, 이직 등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등 절차를 통해 근로관계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해고회피노력을 진행해 직원분들의 유불리를 검토하고 최대한 직원 입장에서 관련 내용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재단 해산이 개성공단 폐쇄와 연결짓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 문제 등 여건이 조성돼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재단의 해산 문제는 개성공단 자체에 대한 폐지와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여건이 돼 재단을 해산하는 것이고, 여건이 형성되면 재단은 다시 설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