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외국인 입주 가사도우미들이 휴일을 맞아 야외에서 한 데 모여 휴식을 취하는 모습 [EPA]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오는 3월부터 필리핀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 100명이 서울 지역 가정에 채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입주 가정부가 아닌 출퇴근으로만 채용할 수 있으며, 일당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을 동이하게 적용받아 월 200만원이하로는 고용할 수 없다. 이에 언어가 잘 통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론, 기존 가사관리사 인력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의 가격 담합을 억제할 견제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5일 서울시와 고용부 등에 따르면 3월부터 민간관리업체인 ‘홈스토리생활’과 ‘휴브리스’가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해 신청 가정에 연결해 줄 예정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보육을 비롯해 청소·세탁·주방일 같은 집안일 전부를 담당할 수 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려했던 입주 가정부 방식 대신 출퇴근 방식으로만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베이비)시터비 월 200만원’이 서민 맞벌이 부부에게 금전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이들이 입주를 해 숙식이 해결되면 월 이용료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월 100만원까지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입주 방식이 무산됨에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주어야 할 급여는 월 100만원 이하가 아닌 200만원을 무조건 넘기게 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당은 기본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며 “관리 업체와 각 가정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울지역에서 가사도우미를 공급하는 한 민간 인력업체 관계자는 “서울 어디를 가도 원룸 월세가 50만원은 하는데 입주 가정부가 아닌 출퇴근이면, 월급을 100만원대로 주면 필리핀 사람들이라고 생활이 가능하겠느냐”며 “막상 입주가정부가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문화가 달라서 꺼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희망하는 가구가 많으면 만 7세 이하 아이가 있는 한부모가정과 다자녀가정에 우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부부가 맞벌이할 경우에도 한 사람의 월급이 고스란히 들어갈 정도인데 서민 가정에서 감당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서초구에 사는 주부 A씨는 “200만원이면 차라리 한국인 하원도우미를 쓰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달라서 뭘 맡기지도 못할 텐데 너무 비싼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어시험(EPS-TOPIK) 및 영어 면접 통과자를 조건으로 걸었지만 “필리핀에서 영어를 쓴다고 해도 개인별 편차가 심할 테고, 무엇보다 그들의 한국어가 아이를 병원에 진료보러 데려갈 정도로 능숙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국내 취업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중국 동포(조선족)들이 장악한 국내 가사도우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현재 외국인은 재외동포이거나 결혼이민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갖춘 사람만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다.
강남구에 사는 주부 B씨도 “중국 동포 시터 아주머니를 구하며 주5일 출퇴근에 초등 아이 둘을 봐달라고 하니 280만-300만원을 달라고 했다”며 “휴가도 원할 때 쓰겠다고 해 사실상 갑(甲)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와서 만약 인기가 없으면 저절로 비용이 내려갈 테고, 확실한 건 조선족 시터 비용이 담합식으로 올라가는 걸 견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