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비싸?”…까르푸, 유럽 매장서 펩시 제품 퇴출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의 한 까르푸 매장 펩시 제품 선반에 “수용할 수 없는 가격 인상으로 더 이상 이 브랜드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값은 그대로인데 용량을 줄인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식음료 업계의 가격 정책이 논란인 가운데, 글로벌 대형마트가 ‘가격 인상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펩시코 제품을 매대에서 퇴출했다.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식료품 체인인 까르푸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 매장에서 펩시·도리토스·립톤·세븐업·레이즈 등 펩시코 주요 브랜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프랑스 정부가 식료품 제조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소매업체와 식료품 제조업체 사이에서 벌어진 보기 드문 대치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까르푸는 이날 프랑스 내 3440개 매장에 “수용할 수 없는(unacceptable) 가격 인상으로 인해 더 이상 펩시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알림판을 붙였다. 펩시, 립톤과 같은 음료는 물론 도리토스, 퀘이커 시리얼 등 기타 펩시코 제품을 모두 판매 중단했다.

알렉상드르 봉파르 까르푸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소비재 회사들이 수천 가지 필수품 가격을 인하하려는 노력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펩시코리아 대변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수 개월 동안 까르푸와 논의해 왔다”며 “우리 제품을 판매될 수 있도록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은 까르푸의 펩시코 퇴출 대상 4개국에서 펩시코 글로벌 매출의 0.25%가 나온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1~9월 펩시코의 유럽 지역 매출은 90억 달러(약 11조 8400억원)로 전체의 14%를 차지한다. 펩시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친 2년 동안 급격하게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다음 달 있을 실적 발표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이익은 13% 성장했을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한다.

까르푸는 4개월 전부터 슈링크플레이션 제품들에 안내문을 붙여 제조사들의 눈속임 가격 인상을 경고해왔다. WSJ는 “식료품 판매업체와 제조업체가 공개적으로 대치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까르푸는 가격 문제로 식품회사들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판매업체”라며 “이런 까르푸의 결정에 소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까르푸의 펩시코 제품 판매 중단의 배경으로는 유럽 지역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정책, 유럽 국가의 에너지 및 식품 가격 인하 정책으로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1월 기준 2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은 연율 3.7%로 상승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1로 하락했다. 하지만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한데, 파스타 등 프랑스의 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7.1% 높다. 2023년 3월에는 16%였다.

프랑스 정부는 식료품 가격 인하를 요구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제조업체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가격을 인상한 상태로 유지하거나, 식품 포장 크기를 줄이는 관행을 보이는 식료품 브랜드 가려내기에 들어갔다.

미국의 소매업체들도 식료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급업체들과 씨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올리버와이만(Oliver Wyman)의 소매 및 소비재 부문 파트너인 랜달 서전트는 일부 매장은 가격을 인상한 브랜드 제품을 ‘페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전트는 까르푸의 규모를 고려할 때 진열대에서 펩시 제품을 철수한 것이 “세계적이지는 않더라도 유럽 내 공급업체들의 사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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