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아파트 등 민간 공동주택에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의무화를 1년 유예한다.
건설 업체의 공사비 부담을 덜어줘 올해 역성장이 예상되는 건설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기준' 고시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서 신축 건물 등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증은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정부는 2020년 1000㎡ 이상의 공공건물이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50년 모든 건물이 1등급(에너지 자립률 100% 이상)을 받도록 하는 로드맵을 계획했다. 민간 건물의 경우 올해부터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5등급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건설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민간 공동주택의 ZEB 인증 의무화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건설 투자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ZEB 인증 의무화로 공사비 등이 상승해 건설 업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CERIK)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규제로 공동주택의 공사비가 4∼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ZEB 인증 의무화가 유예되면 최대 8%의 공사비 상승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셈이다.
김영덕 CERIK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자재가 들어가고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시설 등을 설치해야 해서 사업비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공사비가 상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ZEB까지 같이 하게 되면 (건설경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건설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신호는 계속 늘고 있다. 향후 건설 경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건설수주액은 작년 1∼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해 1998년(-42.1%) 이후 25년 만의 최대 폭으로 줄었다.
정부는 건설투자가 지난해 2.7% 성장한 뒤 올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용직 근로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건설업에 종사하는 등 건설 경기는 '밑바닥' 체감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정부는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재정을 65% 조기 집행한다.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 등도 신속 배정해 상반기에 지방재정의 60% 집행을 추진한다. 공공투자는 상반기 역대 최고 수준인 55%를 집행하고 새로운 민자사업은 13조7000억원 이상 발굴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