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사흘간 부재, 차관은 휴가…바이든은 몰랐다? [세모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18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도 없이 사흘간 입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가 국방부 수뇌부의 공백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오스틴 장관이 자리를 비운지 사흘이 지난 4일 오후가 되서야 보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가안보보장회의(NSC)에 오스틴 장관 대신 사샤 베이커 정책차관 대행이 참석한 이유를 확인하고 나서야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이 알려졌다. 미 의회에는 장관 성명이 발표되기 15분 전에야 이 소식이 통보됐다.

오스틴 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선택적인 의학 시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지난 1일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 센터에 입원한 뒤 회복 중인 사실을 알리고 “대중에게 (건강상태를) 성실하게 공개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다만 그는 현재 그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입원의 원인이 된 시술을 왜 받게 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유사시 장관 업무를 대행해야 하는 캐슬린 힉스 국방부 차관도 오스틴 장관의 입원 이틀째에야 임무 중 일부를 대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힉스 차관은 휴가차 푸에르토리코로 떠난 상황이었다. 힉스 차관은 현지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봐야 했다.

규정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 각료가 건강 등의 문제로 업무를 보지 못할 경우 24시간 내에 이를 백악관과 의회, 인사처 등에 알려야 한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의료 및 개인 사생활 문제를 포함해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했다”며 입원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것에 대해 해명했다.

미국이 당면한 국제정세가 매우 엄중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상선의 안전을 위협하고 이란이 군함을 보내 이들을 지원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여기에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군기지에 미사일과 로켓 공격을 가하며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새해 초부터 연일 우크라이나에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가하고 있지만, 미 의회는 지원안 통과를 미루면서 우크라이나가 열세에 처해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 기자협회는 “국민들은 미국 각료들이 입원하거나 마취상태에 있을 때, 특정 의료 절차로 책무가 위임됐을 때 알 권리가 있다”며 “오스틴 장관은 미국의 최고 국방 지도자로서 이러한 상황에서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공화당은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최고 위원인 로저 워커 상원의원은 “오스틴의 침묵을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행정부가 의회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청문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오스틴 장관을 감싸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그가 국방부로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오스틴 장관을 감싸는 이유에 대해 “오스틴 장관이 이라크 복무 당시 현재 고인이 된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의 상관으로 막역한 사이인데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그를 경질하고 새로운 국방장관을 상원에서 인준 받기는 정치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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