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토강진 피난 생활 장기화에…“日 피난민 ‘역외 이주’도 검토”

새해 첫날 노토 지역에 규모 7.5의 대지진이 발생한 후 8일 이시카와현 하쿠이구의 시카정 붕괴 건물 아래에 파손된 자동차가 놓여 있다. [ㅁ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반도에 발생한 규모 7.6 강진에 따른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현지 피난민들의 열악한 삶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8일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이시카와현에서는 지난 7일 오후 2시 기준 2만8000여명이 400여곳의 대피소에 모여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피 장소도 재해에 대비해 지자체가 지정해놓은 학교나 주민회관 등 지정 대피소가 아니라 사찰, 비닐하우스처럼 주민들이 임시로 모여 형성된 곳이 상당수다.

마이니치신문이 이시카와현 내 와지마(輪島)시, 스즈(珠洲)시, 노토초(能登町) 등 3곳의 기초 지자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90곳의 피난소 중 지정 피난소는 77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지정된 피난소 수가 이 정도 강진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했을 뿐 아니라 연말연시를 맞아 귀성객이나 관광객 등도 적지 않았던 데 따른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스마트폰 위치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강진이 발생한 지난 1일 이 3곳의 기초 지자체에 체재 중인 인구는 약 6만5000명으로, 한 달 전보다 33% 많았다. 이에 따라 피난민들의 생활은 열악하기 그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와지마시 산간 지역의 비닐하우스에서 일주일째 생활해온 한 피난민은 “버텨왔지만, 슬슬 한계”라고 마이니치신문에 밝혔다. 이 비닐하우스는 단전과 단수로 생활에 필수적인 난방이나 물 공급이 원활치 않은 실정이다. 이곳에 모인 대부분 고령자인 피난민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추위를 견디면서 물은 인근 강물을 퍼서 사용하는 상황이다. 일부 대피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자도 나와 감염병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재해 직후에는 피난민들이 지정 대피소에서 생활하도록 한 뒤 가설 주택을 마련하는 식으로 대응하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단전과 단수가 이어지고 있어 가설 주택 정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도 오전 11시5분에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나아가 여진이나 단전·단수 문제가 해결돼도 재해 지역 주택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까지는 추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이시카와현은 피난민을 재해 지역 밖으로 옮기는 ‘2차 피난’ 방안도 조율 중이다.

이시카와현은 재해 지역인 현 북부 노토반도에서 떨어진 남부의 가나자와나 고마쓰시 등의 수용시설로 최대 500명을 옮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해 지역 밖 빈 숙박시설을 임차해 제공하거나 도쿄 등 다른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공영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도쿄도는 이미 도영주택 100채 제공 계획을 밝혔고 후쿠오카현 등도 논의 중이다.

과거 대지진 때에도 피난민 주거지 확보는 중요한 과제였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 지진 피해 주민들의 희생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27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때도 주택 붕괴에 따른 압사 등 직접 사망자에 이어 유관 사망자가 증가한 이유로 주거 환경 대처가 늦어진 점이 꼽힌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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